내가 놓친 역사 인터넷을 통해 어제 광화문을 가득채운 수십만개의 촛불을 보았다. 그곳에 모인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모두 동일한 정치적 지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그들이 그곳에서 얻었을 역사의 '체험'에 비하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저 고립된 한 명 한 명의 개인들이 그곳에 모인 수십 만명과 순간적으로.. 시론 2004.03.21
탄핵정국과 스페인 테러 한국의 탄핵정국과 그로인한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에 대한 독일 언론의 반응을 엿듣기 위해 이곳 독일 신문을 집어 들면서 신문 1면에 커다랗게 나온 사진 한장이 눈에 뜨였다. 시청 앞 분수대 처럼 보이는 커다란 광장과 이어진 도로에 끝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는 .. 시론 2004.03.17
아이와 이데올로기 아이를 키우는 데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그것도 많이. 아이가 사탕이나 초코렛만을 먹어려고 할 때, 아이가 이빨 닦기를 싫어할 때, 아이가 밤에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할때, 아이가 엄마, 아빠의 요구를 듣지 않으려 할 때, 그 아이를 벌거벗은 폭력으로 위협하거나 강요하지 않으려면 우린 그에 상.. Kindergarten 2004.03.11
끝나지 않는 시간, 끝나지 않는 고통 새로운 세계를 꿈꾸던 자들은 늘 새로운 시간을 갖고자 했다. 새로운 왕조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간의 출발을 선언함으로써 시작된다. 새로운 세계는 결코 이전의 낡은 시간의 유산일 수 없다. 낡은 시간은 낡은 세계를 재생할 뿐이다. 새로운 세계는 새로운,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새 시.. 미학적 인간 2004.03.09
발터 벤야민의 부인 도라 .. 발터 벤야민의 부인 Dora아스야 라키스와 발터 벤야민의 연애행각을 다룬 첫번째 글을 본 사람은 발터 벤야민의 아내 도라 벤야민을 그저 바람난 남편에게 버림받은 처량한 아내로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알고보면 그녀는 유명한 남편의 배후에 숨겨져 자신을 희생시키기만 했던 그런 타.. 역사, 인물 2004.03.05
손톱 살갗처럼 스스로를 아프게함으로써 자신도 육체의 한 부분임을 신경질적으로 주장하지도, 그렇다고 배설물이나 분비물처럼 내 육체의 부산물이지만 별다른 저항없이 내 육체로부터 스스로 분리되어나가지도 않는, 그리하여 저 견고하게 석화된 피부를 부러뜨리거나 잘라내기 위한 특수한 도구를 필.. 미학적 인간 2004.02.24
화장실 유일하게, 정말 유일하게 누구에게라도 통보하거나 허락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필요한 때(그것도 자신이 결정한다)마다 갈 수 있는 곳. 화장실. 그 곳에 그렇게 갈 수 있는 권리.누구에게나 열려져있는 그래서 우린 잠시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찾을 때 가장 먼저 '아마 화장실 갔을 거야' 혹은 '화장.. 물건과 문화 2004.02.24
메신저 내 모니터에 나와있는 타인의 자취, 그의 부재 혹은 소재. 그가 부재하지 않는 한, 언제나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 수 있다는, - 물론, 그가 거부할 수도 있지만 – 저 강력한 가용성에의 유혹. 최소한 내가 등록해 놓은 그들은 – 난 그들의 이메일주소만으로 네트워크 상의 그들의 부재/소재.. 언어,문자, 미디어 2004.02.24
쓰레기를 버리며 난 무엇인가 필요없는것, 혹은 내용이 남아있지않은 것들을 갖다버리기를 좋아한다. 1주일에 한번씩 혹은 두번씩 집안에 쌓아두었던 빈병이나 용기들을 갖다버리면서, 난 삶이란 이렇게 꽉차있던 무엇인가를 얼른 소비하고, 껍데기를 갖다버리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아직 .. 미학적 인간 2004.02.24
지하실 창고 새로 이사한 집에는 운좋게도 지하실에 창고가 딸려있다. 이사용 박스, 아직 아이가 타기엔 너무 큰 세발 자전거,여름에 창에거는 발,얻어온 작은 크리스마스 나무와 썰매 등 창고가 없어 방안 여기저기에 쌓아두었던 물건들을 그곳에 갔다넣었다. 지금 쓰지는 않으나 버릴 수는 없는, 혹은 그 쓰임을 .. 물건과 문화 200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