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인간

손톱

김남시 2004. 2. 24. 06:29
살갗처럼 스스로를 아프게함으로써 자신도 육체의 한 부분임을 신경질적으로 주장하지도, 그렇다고 배설물이나 분비물처럼 내 육체의 부산물이지만 별다른 저항없이 내 육체로부터 스스로 분리되어나가지도 않는, 그리하여 저 견고하게 석화된 피부를 부러뜨리거나 잘라내기 위한 특수한 도구를 필요로 하는, 손, 발톱은, 내 육체와 삶을 에워싸고 있는 다양한 삶과 관계의 겹쳐짐을, 내 육체 역시 저 다양한 층위와 단층적 지절들로 이루어져있음을 내게 상기시켜 준다.

스스로 감각을 가져 나와 외계세계를 중개해 줄만큼 친절하지도 않으면서도, 아예 없어져서도 안되는 손톱, 그러나 정기적으로, 내가 살아있는 한, 나의 쇠퇴해가는 육체가 그 순환을 유지하는 한, 늘 자라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성을 우리에게 각인시키는 손톱은, 살아있으나, 어쩌면 내가 죽을때까지 결코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할, 그러나 종종 저 깊은 흡연욕으로 저 질긴 생명력으로 날 자극시키는 내 심연의 무엇과도 같이, 나에게 들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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