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화폐, 신용카드 애초에 나는 물건을 생산하던 생산자였다. 우린 그 물건을 들고 시장에 나와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건네주고, 내가 필요하는 물건을 댓가로 받았다. 나는 나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그 생산품을 직접 나의 손으로 제작하였고, 물물교환을 통해 그를 내가 필요한 다른 물건으로 바꿀 때에도 그건 나.. 물건과 문화 2011.07.05
엘리베이터 공동체 고층 건물들로 둘러싸인 도심지 일상 한 복판에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씩 생겨났다 해체되는 공동체가 있다. 우연적이고,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나, 현대 사회의 삶의 조건에선 찾기 힘든 많은 공동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이 공동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짧은 순간에, 엘리베.. 물건과 문화 2011.01.11
감시 카메라와 네비게이션 오늘날 우릴 행위하게 하는 건 실재라기 보다는 실재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다. 예를들어, 고속도로 곳곳에 달려있는 속도감시 카메라가 운전속도를 줄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그 카메라가 과속하는 차량들을 실제로 적발해 벌금을 내리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것이 과속 차량들을 찍고 있다.. 물건과 문화 2010.08.06
"6월의 함성을 토토와 함께" "6월의 함성"이라는 말은 내게는 곧바로 1987년 6월 거리에서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 연세 대학생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아 사망하고, 학생과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노태우의 직선제 개헌을 철회시켰던 87년 민주화 운동의 체험. 어쩌면 '6월의 함성'이라는 단어는 그때 처음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 물건과 문화 2010.05.23
"지금 잠이 옵니까?" 광고는 협박이다. "안 사면 손해"라는 수줍은 협박에서 부터, 이를 구매하지 않으면 당신, 혹은 당신의 자식은 경쟁에서 낙오자가 될 것이고, 당신의 부부생활은 위기를 맞을 것이며, 당신의 자동차는 거래 업자에게 나쁜 인상을 남길 것이며, 당신의 피로한 육체는 당신 노동력의 판매가치를 위협할 .. 물건과 문화 2009.10.17
화장실과 쓰레기통 화장실과 쓰레기통 독일에 있을때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설일이 있으면 꼭 하는 말이 있었다. „너네 화장실 갔다가!“ 독일 거리엔 화장실이 (거의) 없다.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하철 역에서 화장실을 발견하지 못해 낭패를 당한 후, 한국과는 달리 독일의 지하철 역은 이용객들에게 .. 물건과 문화 2009.09.17
(2009년 7월 15일) 관찰 Normal 0 21 false false false MicrosoftInternetExplorer4 아파트 밀림 그 안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길을 막고 시선과 바람을 차단하는 저 아파트 정글의 탄생은 자연이냐 문화냐라는 이분법으론 규정할 수 없다. 농지나 산을 구입해 거기에 콘크리트 건물을 세운 건설자본이 이 땅에 처음 말뚝을 박아 놓았다면, 그.. 물건과 문화 2009.07.15
벌금과 속죄금 주차 금지 구역에 차를 세워 놓았거나, 도로에서 교통 위반을 했을때, 아니면 노상 방뇨나 무단횡단 등을 하다 적발되었을 때 우린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벌금“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말해주고 있듯 그건 지정된 법규나 규약을 위반한 우리의 ‚죄’에 대한 ‚벌’이.. 물건과 문화 2007.10.14
지하철 개찰구와 법의 힘 파리의 지하철을 타 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지하철 플랫폼으로 들어가기 전에 구입한 승차권을 집어넣고 통과해야하는 사람 키만한 높은 개찰문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허리 높이 정도의 한국 지하철 개찰구 차단막이 그래도 유사시(?)엔 간혹 그 위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 물건과 문화 2007.07.12
디지털 미디어와 공산주의 지난 2005년 빌 게이츠는 디지털화된 정보 및 소프트 웨어 저작권을 폐지하기를 바라는 ‚카피 레프트’주창자들을 비난하면서 이들을 „새로운 종류의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불렀다. 그가 마르크스를 읽었는지 아닌 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이 발언 자체는 사실상 마르크스가 정의하는 .. 물건과 문화 2007.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