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과 문화

"6월의 함성을 토토와 함께"

김남시 2010. 5. 23. 16:41

"6월의 함성"이라는 말은 내게는 곧바로 1987년 6월 거리에서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 

연세 대학생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아 사망하고, 학생과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노태우의

직선제 개헌을 철회시켰던 87년 민주화 운동의 체험. 어쩌면 '6월의 함성'이라는 단어는 그때 처음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6월을, 그리고 6월의 함성을 경험한 사람 혹은 세대들이 있다.

당시 이 땅에 있지 않던 나는 이를 신문에 실린 시청 앞에 군집한 사람들의 사진과

독일 테레비젼에서 중계해주던 붉은 옷을 입은 한국 사람들의 환호의 모습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두, 한국 현대사에 중요한 6월의 체험 중 어떤 것을 저 '6월의 함성'이라는 말이 불러낼 것인가는

매년 6월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렇게 과거는 '일어났던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불러내는 우리의 현재에 의해 지금 이 시간과 관계맺는다.  

 

그렇게 불러내어지는 두 6월의 함성 중,  '바로 지금 Jetztzeit'이라고 우리가 말하면서 불러냄으로써 

 역사의 '일의적이고 빈 연속성'을 중단시키고 파괴할 만한 것은 어떤 것일까? 죽은 이들 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역사의 적에 맞서서, 그 과거의 6월 속에 있는 "희망의 불꽃"을 당길

역사가는 어디에 있을까?

 

"6월의 함성을 토토와 함께".

 

집 앞 24시간 편의점에 광고 포스터가 붙었다.  오, 과거는 얼마나 현재에 순종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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