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과 문화

화장실과 쓰레기통

김남시 2009. 9. 17. 00:30

화장실과 쓰레기통

 

독일에 있을때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설일이 있으면 하는 말이 있었다. „너네 화장실 갔다가!“ 독일 거리엔 화장실이 (거의) 없다.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하철 역에서 화장실을 발견하지 못해 낭패를 당한 , 한국과는 달리 독일의 지하철 역은 이용객들에게 화장실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알았다. 거리에 있는 건물들에 가끔씩 화장실이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십중팔구는 문을 잠궈놓아 일반인들은 이용하지 못한다. 거리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을때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작은 광장이나 거리 주변에 설치된 공공 화장실을 돈을 내고이용해야 한다.  동전을 집어 넣으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Wall 화장실은 50센트, 한국돈으로 거의 900원에 육박한다. 심지어 맥도널드나 버거킹 대리점에 들어가 화장실을 가려해도 최소 30센트는 지불해야 한다. 기차 등에 있는 공공화장실을 이용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베를린 역에 새로 생긴 화장실 Mc Clo 소변을 위해선 50센트를, 대변 이용객에겐 1유로를 받았다. 이런 인색한 화장실 인심으로 인해  독일에선 길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몸을 비워두는것이 상책이다. 집을 나서기전 아이들에게 화장실 가기를 요구하는 것도 때문이다. (한번은 지하철에서 내려 태권 도장을 데리고 가다가 아이가 갑자기 오줌이 마렵다고 했다. 주변을 아무리 뒤져봐도 돈을 내고 이용하는 공중화장실도 없었다. 결국 아이 손을 이끌고 주변을 헤매다, 거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50 센트를 내고 화장실을 이용했었다.)

 

독일의 이러한 인색한 화장실 인심이, 한편으로는 독일인들의 생리적 특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 함께 맥주(!) 마실 내가 다섯번 정도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동안 한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독일 친구들을 보고 생각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거리에 화장실이 많이 없어도 오래 참을 있는 어떤 생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독일인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이동중에 소변을 보고 싶은 경우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생긴다. 그때 주변에 화장실이 없다면, 아니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한 돈이 없다면, 이들 역시 노상에서소변을 밖에 없다. 베를린 지하철 엘리베이터나 주변의 조금 외진 골목 들에서 풍겨오는 냄새는 이런 노상 방뇨의 결과다. 그건 결핍된 공공 화장실이 남겨놓은 후각적 흔적이었다.  

 

한국의 화장실 인심은 이와는 비교할 없을 정도로 후하다. 모든 지하철 역들엔 무료로 이용할 있는 화장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웬만한 건물들에 있는 화장실들도 거의 대부분 개방되어 있다. 거리를 지나가는 이는 누구든지 돈을 내지 않고도 이용할 있는 화장실이 말그대로 널려있는 것이다’. 얼마전 탄천 옆에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에서 조깅을 하다, 여기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무료 공중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들어가면 음악이 흐르고, 자동으로 공기청향제가 뿌려지는 최고급 화장실이었다. 도대체 모든 화장실들을 운영하는 물과 비용들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가 몹시 궁금해질 정도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국에선 노상에서 방뇨를 해야 이유가 별로 없다. 그래서 지하철 엘리베이터나 외진 거리, 골목 어귀에선 소변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대신 외곽지역의 골목 어귀 혹은 집과 사이의 좁은 공간, 대로에서 보이지 않는 휘어진 등엔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 아이스크림 막대기와 비닐 껍질, 음료수 , 담배값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물건들의 포장지가 대부분이다. 거리 구석구석 채우고 있는 이러한 쓰레기들은 공공 쓰레기통이 없는 결과다. 얼마전 편의점에서 정말 오래간만에 돼지바 이게 아직도 있다! – 먹었던 적이 있다. 날씨가 더워 걸어가면서 먹고는 거기서 나온 나무 손잡이와 포장지를 버리려고 쓰레기통을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집에 돌아갈때까지 가방에 넣고 있었다.  그후 다니는 곳마다 눈여겨 살펴보니 과연! 한국엔 쓰레기통 인심이 정말 박하다는 알았다. 거리나 공원 등에도 공중 쓰레기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 내에서도 좀처럼 쓰레기 통을 찾기 어려웠다. 어떤 지하철 역에서는 쓰레기통을 뒤집어 놓아 아예 이용하지 못하게 놓았다. 공공 장소에 쓰레기 통이 없다면 쓰레기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소변은 참고 집까지 들고가기어렵지만 그래서 화장실은 도처에 설치해 놓았지만 -  쓰레기는 챙겨서 자기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어쨋든 이렇게 쓰레기통을 찾기 힘들다 보니 사람들은 기대와는 달리 - 가게에서, 편의점에서 사먹고 남은 상품의 껍데기들을 슬쩍 눈에 띄이지 않는 골목 어귀, 후미진 구석에 버린다. 거리는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들로 잠식 당하고 그렇게 자연발생적으로쓰레기가 쌓여진 곳엔 점점 많은 쓰레기가 덧쌓인다.  

 

독일 철학자 만프레드 좀머는 <수집. 철학적 시도 Sammeln. Ein philosophischer Versuch> 라는 책에서 수집이라는 문화적 행위를 철학적으로 특징지우려 시도한다. 그에 의하면 흩어져있는 사물들이 곳으로 모이는 현상 이미 자연 속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다. 비가 오면 물이 낮은 곳으로 모이고, 시간이 지나면 책장 위엔 먼지가  모여 쌓이며, 샤워를 하면 머리카락이 수채구에 모인다. 오늘날 문명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스스로 모여드는 사물들은 대개의 경우 제거하고 없애야 하는 것들이다. 우린 비가와서 모여든 물을 하수구로 흘러보내고, 책장 위의 먼지를 훔치고, 수채구에 쌓인 머리카락을 치운다. 그런데, 역설적이지만 없애고 제거하기 위해 우리가 일부러 모으는 수집하는 물건들도 있다. 쓰레기가 그것이다. 우표와 동전을, 맥주병 뚜껑 등을 수집하는 것이 흩어져 있는 사물들을 곳으로 모아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면, 재활용과 음식 쓰레기, 폐종이를 모으는 수집은 그냥 놓아두면 흩어져 버릴 사물들을 군데로 모아 치우고, 제거하기 위해서다. 쓰레기라는 사물의 송장을 우리가 애써 수집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방으로 흩어져 우리가 사는 세상을 뒤덮을 것이다. 쓰레기는 스스로 곳으로 모여 쌓이는 자연 사물들과는 달리 이동 능력 있는 인간에 의해 산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쓰레기의 확산 운동에 수집을 통해 대항함으로써 우리의 생활공간을 깔끔하게 보존하려고 한다.

 

거리의 쓰레기 통은  쓰레기의 자기 확산 운동에 대항하는 쓰레기 수집군의 진지들이다. 골목으로 논밭위로 퍼져 가려는 쓰레기는 중간 거점에서 붙들려 모아진다. 이런 거리의 쓰레기 통을 없애버리는 것은 거점들을 없애는 것이다. 쓰레기를 거리에서 버리지 말고 각자가 들고 집에 가게 하는 , 인간을 쓰레기 포획의 이동하는 거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성공할까? 우리가 쓰레기를 모으는 이유는 그를 버리고 제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쓰레기가 모이게 하는 정작 쓰레기를 버리고 제거하려는 우리의 목표를 뒤집어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라리 쓰레기를 보이지 않게 확산시키는 길을 택한다. 쓰레기를 모으는 중간 거점을 없애버림으로써 쓰레기는 이제 모든 곳으로,  찾기 힘들고 구석진 곳으로까지 확산된다. 공공 화장실을 찾지 못한 독일인들의 소변이 지하철 엘리베이터, 골목 어귀, 후미진 건물 주변에 모이듯, 공공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건물과 건물 사이, 지역신문 거치대, 후미진 건물 구석에로 모이는 쓰레기들의 운동은 하수구를 찾지 못해 거리로 범람해 버린 빗물과도 같다. 베를린의 결핍된 화장실이 도시에 지워지기 힘든 후각적 흔적을 남겼다면, 결핍된 쓰레기통은 도시에 어지러운 각적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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