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과 문화

디지털 미디어와 공산주의

김남시 2007. 4. 5. 06:09

 

지난 2005년 빌 게이츠는 디지털화된  정보 및 소프트 웨어 저작권을 폐지하기를 바라는 카피 레프트주창자들을 비난하면서 이들을 새로운 종류의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불렀다. 그가 마르크스를 읽었는지 아닌 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이 발언 자체는 사실상 마르크스가 정의하는 공산주의의 본질을 꽤나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경철초고> (1844)에서 마르크스는 사적소유와 공산주의의 관계에 대해 논하면서 공산주의를 인간의 자기소외인 사적소유를 긍정적으로 지양하는 것[1]이라고 정의한다. 사적소유가 인간의 자기소외 Selbstentfremdung인 이유는 그것이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인간의 류적 본성을 개별적 소유관계로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통해 사적소유는 또한 인간의 대상에 대한 모든 감각들, 곧 만지고,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맡고, 맛보는 등의 다양한 감각들을 단지 사적으로가진다’라고 하는 소유 감각으로만 축소시켰다고 말한다.[2]

 

사적소유가 이토록 우리를 멍청하고 일면적으로 만들어 버린 나머지“, 자본주의적 사적소유관계 하에서 한 대상은 우리가 그것을 소유하였을 때에만, 곧 그것이 우리를 위한 자본으로 존재하거나, 내가 그것을 먹거나 마시거나 내 몸에 지니거나 그 안에 살게되거나 한 한에서만, 간단히 말해 우리에 의해 사용될 때에만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된다.“[3] 사적소유가 이러한 다양한 모든 감각들을 소외시키고그를 소유라는 하나의 감각으로만 대체해 버림으로써, 인간의 본질역시 절대적으로 빈곤해져버렸는데, 마르크스는 이런 점에서 사적 소유의 지양, , 공산주의가 모든 인간적 감각과 특성들을 완전히 해방[4]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말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생겨난 디지털 기술은 그 원리상 마르크스가 비판하고 있는 이런 사적소유의 근본을 뒤흔드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건 음악, 영화, 데이터 등의 디지털 자료들이 물질적 사물들의 소유와는 완전히 다른 소유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사적소유 하에서 한 대상은 우리가 그것을 소유하였을 때에만, 곧 그것이 우리를 위한 자본으로 존재하거나, 내가 그것을 먹거나 마시거나 내 몸에 지니거나 그 안에 살게되거나 한 한에서만, 간단히 말해 우리에 의해 사용될 때에만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된다[5] 고 말했을때,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대상들은 음식이나 장신구, 집 등을 비롯한 물질적 사물들이다. 내가 그것들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한 다른 이들이 그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내가 구입한 햄버거는 그를 소유한 내게 자신의 사용가치를 실현시켜 주는 한, 곧 내가 먹음으로써 내 배를 채워주는 한 다른 사람은 그를 먹거나 소유할 수 없다. 내 소유의 차를 타고 다님으로써 내가 얻는 그 차의 사용가치는 그를 소유하지 못한 타인에게는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런 물건들의 사용은 그에대한 배타적 소유와 떨어질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음악과 영화파일, 사진과 문서 등의 디지털 자료들의 소유는 이와 다르다. 나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음악과 영화를 내 컴퓨터나 씨디롬에 저장함으로써 소유할 수 있지만, 그러나 이것은 그와 똑같은 음악과 영화를 다른 사람들 역시 소유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나는 그를통해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다른 디지털 자료들을 활용하면서 그들의 사용가치를 실현시키건만 그건 다른 사람들이 나와 똑같이 그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이 자료들을 사용하는 것을 가로막지 않는다.  저작권 때문에 생겨난 특별한 복제방지 기술이 장착되어 있지 않는 한 음악과 영화 파일, 사진과 문서 등의 디지털 자료들은 무한하게 복사될 수 있으며, 이러한 복사를 통해서도 그것의 사용가치의 실현에 어떤 훼손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적소유가 한 대상을 배타적으로 소유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그를 사용하는 것을 가로막는다면 이런 디지털 자료들은 이러한 의미에서의 배타적 소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적 소유가 자신의 소유가 아닌 사물과 대상들에 대한 타인의 감각적 접근 가능성을 차단시켰다면 무한한 복제기술에 의해 모든 이들이 함께 동시에 듣고, 보고,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자료들은 그에 대한 모든 이들의 동등한 감각적 향유를 보장한다. 그 누구도 그를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없으며, 또 굳이 그렇게 사적으로 소유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그를 감각적으로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이런 디지털 자료들은 이러한 점에서 이미 마르크스가 말한 사적소유의 지양을 실현하고 있는 매체다.   

 

음악, 영화 등의 디지털 자료들이 그를 제작한 자들에게 교환가치를 마련해주기 위한 저작권 규제에서 벗어나 모두가 그 사용가치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사적소유가 만들어 놓았던 뿌리깊은 소유의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카피 레프트주의자들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빌 게이츠는 이런 위험성을 꽤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1] Karl Marx : Ökonomisch-philosophische Manuskript, Reclam Leipzig, Printed in the German Democratic Republick 1970, S.184.

[2] Karl Marx : Ökonomisch-philosophische Manuskript, Reclam Leipzig, Printed in the German Democratic Republick 1970, S.188.

[3] Karl Marx : Ökonomisch-philosophische Manuskript, Reclam Leipzig, Printed in the German Democratic Republick 1970, S.189.

[4] Karl Marx : Ökonomisch-philosophische Manuskript, Reclam Leipzig, Printed in the German Democratic Republick 1970, S.189.

[5] Karl Marx : Ökonomisch-philosophische Manuskript, Reclam Leipzig, Printed in the German Democratic Republick 1970, S.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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