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문자, 미디어

메신저

김남시 2004. 2. 24. 06:25
내 모니터에 나와있는 타인의 자취, 그의 부재 혹은 소재.

그가 부재하지 않는 한, 언제나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 수 있다는, - 물론, 그가 거부할 수도 있지만 – 저 강력한 가용성에의 유혹.

최소한 내가 등록해 놓은 그들은 – 난 그들의 이메일주소만으로 네트워크 상의 그들의 부재/소재를 파악할 수 있으며, 그들과 컨탁할 수있다 – 언제나 내 모니터 스크린의 작은 상자 속에 ‚있으며’, 난 그들의 부재와 소재를 내 모니터 안에서 컨트롤하듯 바라다볼 수 있다. 내게 알려지는 타인의 접속과 이탈의 자취.

그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을때, 그에게 말을 걸지않아도 난 그가 현재 내가 접속할 수 있는 망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며, 내가 원한다면, 난 그에게 말을 걸 수도 있다. 멀리 있지만, 그는 저 놀랄만한 네트웍을 통해 나와 ‚연결’되어 있으며, 난 그의 접속과 탈속을 확인할 수 있다.

저 메신저의 유혹은 실재세계의 접촉에 대한, 보드리야르의 말을 빌자면, 실재성의 환상에서 기인한다. 내 창에서 바라다 보이는 그/그녀의 창문을 통해 그/그녀가 집에 들어와 있거나 혹은 외출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때의 긴장감, 그/그녀가 집에 있을때 어쩌면 내가 창을 통해 보내는 손짓에 응답할지도 모른다는 살떨림... 디지털 시대의 메신저 윈도우는 밤마다 로미오가 구애의 노래를 부르던 줄리엣의 창이다. 디지털 시대의 우리는 컴퓨터 화면 한 구석에 놓인 창가에 불이 켜지길 기다리는 그때의 로미오처럼 접속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