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글을 못쓴다. 천안함이 바닷 속에 가라앉은 이후로, 그 뱃속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잠겨 빠져 나오지도 못한 채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 말고 다른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걸 하지 못하게 한다. 물론 나는 이것이 우리 삶을 이루고 있는 저 수많은 계기들, 시간들에 대한 전체화.. 미학적 인간 2010.04.07
행복해보지 못한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을 이루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그것을 다만 날 괴롭히는, 날 못살게 구는, 도무지 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 세상과 삶의 악의적 허위라고 여기는 한 그 삶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힘들다. 그 행복이란, 날 득달한다고, 날 못살게 군다고 여기는 저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얻기힘든 .. 미학적 인간 2010.03.04
책과 삶의 시간 거의 10년 이상 처박혀 있었던 책들을 버릴 것과 책장에 꽂아두고 보관할 것으로 분류하면서 나는 나의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읽혀지지도 않은 채 버려질 책들을 고르는 내가, 아우슈비츠에 도착한 유대인들을 한 번 훝어본 후 곧바로 가스실로 보낼 것인지 일하는 노동 캠프로 보낼 .. 미학적 인간 2010.02.25
"노동을 거부하라" 판매 보고서 출판사에서 인세(판매) 보고서가 왔다. 내가 번역했던 <노동을 거부하라> (이후)에 대한 것이다. 2007년 11월 초판 1,500 부를 발행한 이래 2009년 말까지 약 2년 동안 채 1,000부도 다 팔리지 않았다. 2009년 1년 동안에 71 권이 팔렸다. (구입한 독자들에게 감사를!)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임금받는 노동을.. 미학적 인간 2010.02.07
synecdoche Newyork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극장에 가 본 영화 Synecdoche Newyork... 연극 연출가 케이든은 자신의 '빌어먹게 슬프고 외로운' 삶을 연극으로 만들려 한다. 삶을 글로 쓰는 행위 자체가 또 우리 삶의 일부이듯, 자신의 삶을 필생의 역작으로 만들려는 그의 시도는 '살아가면서'가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 미학적 인간 2010.01.22
보험과 memento mori 근대에 들어와 그전까지 공공적인 성격을 지니던 죽음이 사적인 것으로 변화하고, 공공적 가시성으로부터 배제되어야 할 것이 되었다는 아리에스의 주장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절반만 들어맞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오늘날 죽음은 그 어느때 보다도 더 공공연히 이야기되고, 소리 높여 외쳐지.. 미학적 인간 2009.08.13
인간에 대한 자본주의적 무례함 Normal 0 21 false false false MicrosoftInternetExplorer4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한 가족이 나들이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8222;새벽이니까 안 막힐꺼야“라며 가족들이 다 탄 차에 시동을 거는 가장. 그러나 자동차엔 무언가 이상이 생겼다. &#8222;아이구, 왜 안되지 이거?“ 라며 당황해하는 남편에.. 미학적 인간 2009.08.01
쇼핑몰에서 Normal 0 21 false false false MicrosoftInternetExplorer4 한국인들에게 쇼핑은, 알코올 중독자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손에 잡는 술과도 같다. 그 &#8218;풍요로움’,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다 존재하는 쇼핑몰에서, 이 마트에서 우리는 우리가 쇼핑 카트에 주워담는 양의 물건들 만큼, 그 물건들.. 미학적 인간 2009.07.27
"지구를 지켜라"와 "밀양" 다른 사람들과 때를 맞추어 보지 못했던, 한국 영화 두 편을 보았다. <지구를 지켜라>를 보았다. 사회적 문제 – 가난한 노동자 가족, 악덕 기업주, 구사대를 통한 파업진압 등등 – 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도입된 망상증적 인물의 망상은 분열증적 외관은 갖추고 있지만, 진정성을 결하고 있고, 그.. 미학적 인간 2009.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