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단어, 내가 모르는 세상 2000.11.5 세상에,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이렇게 많다니... 내가 그 '이름'을 모름으로써 저 사물들, 저 사태들, 저 정황들은 나에 의해 표현되지 못하고, 팍팍한, 몸짓이나 어림짐작으로 뭉개져버린다. 공이 '또르르'하고 굴러갔을때, 내가 그를 그저 '공이 움직인다'라고 밖에 말하지 못할 때, 그 운동이 가졌던 .. 미학적 인간 2006.02.17
사회, 시스템에 대한 믿음 2000.11.29 범죄자에게 15년형을 구형하는판사는 그를수감시키고 재판하고 관리할수 있는 국가제도가 최소한15년 이상 건재하리라는걸 확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추진하는 정치가는 최소한 자신의 권력과 그를통해 유지되는 현 국가체제가 최소한 5년이상 지속되리라는 것을 믿지 않으면 안.. 미학적 인간 2006.02.17
따로 살아가는 내 육체 2001.1.7 예를들어, 안약을 떨어뜨릴때나, 주사를 맞기전 등 난 내 육체가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흠찟 놀라며 반응하는 것을 느낀다. 그들 (내 눈, 혹은 내 몸)은 그 충격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려고 근육을 수축시키거나, 움추리거나 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응하는 내 육체들, .. 미학적 인간 2006.02.17
시력과 삶의 균형 2001.5.26 몇년 전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오른쪽 시력이 생활하기에 큰 불편은 없길래 그냥지내오다가,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안과에 갔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오른쪽 시력이 내 왼쪽뇌에 시각자극을 주지않음으로써 뇌를 dumm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의사의 말이 날 화들짝 놀라게 한다. 나의 왼쪽 뇌.. 미학적 인간 2006.02.17
슬픈 열대의 한 구절 2001.8.2 "해마다 수확을 거둘 일정한 토지를 온순하게 경작하고 있을 자질이 내겐 결여되어 있다..." 레비 스트로스가 민족학(Anthropology)를 선택한 이유. 어쩌면 내가 지금 현재의 나를 선택한 이유... 미학적 인간 2006.02.17
오랜만에 피운 담배 2002.7.2 오래간만에 담배를 피웠다. 근 4개월동안 한 모금도 맛보지 않았던 담배가 그 근 4개월동안의 휴지기에도 불구하고, 내 속에 남아 날 못견디게 지근덕거리는 경험... 추측컨대, 담배는 일단 그것을 한모금 빨면 허파와 기관지를 거치면서 그 속에 자신의 유충을 번식시키는게 분명하다. 허파 속에 남겨.. 미학적 인간 2006.02.17
다시 나지 않는 이빨 2002. 09.4 치과에 갔다. 계속 말썽을 부리던 오른쪽 윗 어금니를 검진받았다. 독일 의사도 마찬가지로 이 이빨에 별 기대를 걸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게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없다고 손을 내렸다. 이빨 뿌리가 남아있지 않고 잇몸도 거의 다 헐어버렸기 때문이다. 난 기억한다. 이 이빨에 처.. 미학적 인간 2006.02.17
정신적 변비 2002.12.14 또다시 변비에 걸렸다. 이번엔 그러나, 글쓰기에 관한 것이다. 머리 속에 그동안 읽었던 책과 그로부터 나온 온갖 생각들이 꾸물꾸물 꽉차 있음을 느낀지 꽤 지났건만, 아무리 힘주고 글을 쓰려고 해도 글이 나오지 않는다. 육체적 변비와 마찬가지로 이런 정신적 변비도 몇가지 원인을 갖는다. 불규칙.. 미학적 인간 2006.02.17
우연과 행복 2003.1.13 행복은 사실 아주 별것아닌 사소한 ‚우연적 일치’에 있다. 피곤하게 의자에 앉아있다가 문득 뻗어본 발끝에 발을 올려놓을수 있는 작은 발판이 놓여있을때, 문득 느껴진 갈증에 습관적으로 열어본 냉장고안에 우연히도 지난 번 마시다 남은 음료수가 남아있을 때, 찌뿌등한 잠을깨 불을 켜려.. 미학적 인간 2006.02.17
담배와 위안 그래도 난 아직 담배 한대를 피울 수 있다! 담배가 갖는 위안은 니코틴이 내 허파를 통해 뇌에 작용하는 효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담배가 우릴 위안 한다면 그건, 이 세상에 대한 나의 모든 시도들이 좌절을 거듭하고, 나의 어떤 일도, 어떤 조치도, 어떤 행동도 더 이상 이 최종적 파산을 되돌이.. 미학적 인간 200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