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인간

인간에 대한 자본주의적 무례함

김남시 2009. 8. 1. 08:45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가족이 나들이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새벽이니까 막힐꺼야라며 가족들이 차에 시동을 거는 가장.  그러나 자동차엔 무언가 이상이 생겼다. „아이구, 안되지 이거?“ 라며 당황해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망설임 없이 프로미 불러, 동부화재!“ 라고 말한다. 무언가 미덥지 않은 눈초리로 남편은 새벽 다섯시인데? 속에?“ 라며 되묻는다.  잠시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금방 온다는데라며 전화를 닫는다. „정말?“, 기쁨의 탄성을 지르는 부인. 과연!  남들은 자고 있는, 웬만한 직장은 아직 문을 열지도 않았을 이른 새벽 동부화재 직원은 동부화재 프로미 입니다라는 공손한 인사와 함께 속까지 어김없이 나타난 것이다. 그를통해 휴가 계획에 차질을 빚을 뻔한 곤경으로부터 가장은 구원되었다. 차를 수리하고 있는 직원에게 남편은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물어봄직한 질문을 던진다. „프로미는 잠도 안자요?“. 젊고 잘생긴 프로미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객과의 약속인데 밤낮이 따로 있나요!“. ‚고객과의 약속 위해 밤낮없이잠도 안자고 대기하다, 새벽 다섯시 고장난 차가 있는 속까지 출장해 수리를 마친 프로미. 그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가족을 실은 차는 여행지로 떠나고  뒤에 이어지는 멘트: „차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마지막 멘트를 보았을 때의 나의 당혹감이란! 도대체 말은 누가 하는 것일까? 여기서 차보다 먼저 생각하고 배려된다는 사람이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거기엔 고장난 때문에 새벽 다섯시 속까지 출장을 가야했던, 십중팔구 비정규직 노동자일 보험회사 직원은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 상황에서 차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유일한 인물이 있다면, „밤낮없이직원들을 대기하게 하는 보험회사의 고용주도, 차에 문제가 있다는 알자마자 대뜸 프로미 불러, 동부화재!“라고 조언했던 아내도 아니라, „새벽 다섯시 인데, 속에?“ 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던 남편 뿐이다. 일을 하고 돈을 받으니까, 돈을 내가 지불하니까, 돈을 받는 누군가는 언제, 어디서 고장날지 모를 나의 차를 위해 365 24시간 밤낮이 따로없이대기하고 있어도 된다는 생각, 곳이 속이건, 계곡이건 지불능력있는 고객이 필요해 호출하면 어디든 달려올 있어야 한다는 요구, 그는 이것이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수면과 휴식 조차도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게으름이나 사치로 느껴지게 하는 돈벌이와 경쟁의 정언명령. 인간으로서의 예의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걸림돌로 여겨지게 하는 자본주의적 지불관계는, 직장인으로써 자신 스스로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광고의 말끔한 직원이 웃으며 했던 고객과의 약속인데 밤낮이 따로 있나요 고용주와의 계약인데 먹고 살려면 밤낮이 따로 있나요라는 피고용인의 삶의 태도를 기묘하게 비꼬고 있는 들리고, „차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라는 멘트는 지불관계 속에서 (기계)처럼 언제, 어디서나 일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피고용인보다, 보험상품을 구입함으로써 프로미 차처럼 활용할 자격을 갖춘 고객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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