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쇼핑은, 알코올 중독자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손에 잡는 술과도 같다. 그 ‚풍요로움’,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다 존재하는 쇼핑몰에서, 이 마트에서 우리는 우리가 쇼핑 카트에 주워담는 양의 물건들 만큼, 그 물건들이 우리에게 약속하는 어떤 ‚지금과는 다른 시간’에 대한 경험의 기대만큼 현재를 견딜 수 있다. 좀 더 많은 서비스, 좀 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우리를 좀 더 오랫동안, 좀 더 세게 취하게 해주는, 그래서 현재의 시간을 좀 더 오랫동안 견디게 해주는, 더 도수높은 알코올에 대한 요구와도 같다. 이 마트 안에서, 원리적으로 완전히 우리에게 ‚개방되어 있는’, 아니 아예 치마를 들어올리며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그 모든 상품들의 유곽 속에서 우린 ‚행복’하다. 그 상품들이 계산대를 거쳐 차 트렁크로, 집으로, 결국 우리의 뱃 속으로 소화되고, 몸 위에 걸쳐져 소비되고 난 후, 우리의 카드 명세서에 청구되어 나올 그 상품들의 화대를 위해 야근을 하고, 주말 근무를 하고, 또 녹초가 되도록 술을 마셔야 할지라도.
'미학적 인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험과 memento mori (0) | 2009.08.13 |
---|---|
인간에 대한 자본주의적 무례함 (0) | 2009.08.01 |
"지구를 지켜라"와 "밀양" (0) | 2009.06.28 |
[스크랩] Re:시인과 총장-황지우를 기억하며 (0) | 2009.06.07 |
[스크랩] Re:시인과 총장-황지우를 기억하며 (0) | 2009.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