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빨 2000-05-17 어렸을적, 자라나는 손톱처럼 이빨도 새로 언제까지나 자라나리라고 믿었다. 흔들리는 이빨을 아무 꺼리낌없이 뽑아 버린 자리에 더 튼튼하고 가지런한 새 이빨이 정말 자라났었으니까. 그후, 죽을때까지 이 이빨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걸 알았을때, 난 삶의 일회성이라는 도저한 불안감에 한동안 사로.. Kindergarten 2005.10.30
아가가 울때 (2000.5.23) 녀석이 까닭없이 운다. 아니, 녀석에겐 까닭이 있겠지만, 그걸 내가 알지못하니 내게 녀석은 까닭없이 우는듯하게 보인다. 배가 고픈것도, 귀저기를 적신것도 아닌데 녀석이 보채듯 울때면, 난 덜컥 불안해진다. 지난번 잘 씻지않고 물려준 젖병 때문에 배가 아픈건 아닌지, 귀찮아서 제대로 집어 버리.. Kindergarten 2005.10.30
젖병 소독 (2000.4.29) 아가의 젓병을 소독한다. 세상 곳곳에 도사리고 않아 아가의 육체를 유린할 수많은 병균들. 펄펄 끓임으로써 그 폭력의 근원들을 박멸한다. 알고보면, 세상은 얼마나 우릴 공격하려는 병원균들로 가득차 있는가. 나이를 먹는다는건, 적당히 병균을 흡수하고, 적당히 타협하여 그들과 공존하는 길을 찾.. Kindergarten 2005.10.30
아가와 잠자기 (2000.4.28) 제 혼자 재재거리다 조용해졌다. 가 보면 녀석은 침대를 반 바퀴돌아 모서리에 머리를 박고 잠들어 있다. 위에는 2만원짜리 비행기 모빌이 빙글 빙글 돌아가고, 난 녀석의 얼굴을 보다 잠든다. 얼핏, 깨어나보면 녀석은 엎드려 고개를 든 채 - 이마에 주름이 잡힐정도로 큰 눈을 하고 - 하아 하아 둘러보.. Kindergarten 2005.10.30
낡고도 질긴 감정 예전에 썼던 글입니다. 정리하는 차원에서 여기 올려 놓습니다. 한국에서 부쳤던 책들이 도착, 읽었다. 무라까미 하루끼의 최근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과 호머의 오디세이아, 68년 격동의 세계사를 정리한 1968년, 책 그림책이 그것이다. 하루끼 소설이 내게 갖는 매력은 여전하지만, 웬지 그의 소설이 .. 읽을수 있는 세계 2005.10.25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고 젊은 시절의 글에는 두려움이 없다. 거기엔 자신의 욕망이, 자신의 열정이, 그리고 그 열정을 부끄러워하는 수줍은 억압이 동시에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질 수 없다는, 아니 그 누군가에게 사실은 보여지기를 바라는 그 글 속엔 그래서, 풋기어린 솔직함이 있다, 혁명과 사랑과 열망이 있다. 나이.. 읽을수 있는 세계 2005.10.25
말하지 못하는 존재 말하는 존재/ 말하지 못하는 존재 말하지 못하는 존재는 우릴 매료시킨다. 아직 말을 배우지 못한 아이 (En-fant) 이건,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이건, 아니면 동물원 우리 속의 고릴라이건, 저 말하지 못하는 존재, 나의 말과 행동에 말로 응답하지 못하는 존재, 말을 통해 나의 말과 행동을 다른 이들에.. 소통과 삶 2005.10.07
[스크랩] 여자의 육체 서양 문명사에서 여자의 육체만큼 많이 다루어진 대상이 있을까. 뮐렌도르프의 비너스에서 마돈나의 엉덩이까지 서양은 거의 편집증적이라 할 만큼 여자의 육체에 집착해왔다. 서양은 2천년의 역사를 거쳐 여자의 육체를 둘러싼 수많은 담론들을 생산해내었고, 이는 오늘날 패션, 건강, 미용, 결혼, 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2005.10.02
번역과 통역에서 주체의 문제 외국에서 유학생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그렇게 많지않다. 어떤 이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거나, 박람회등에서 물건을 팔기도하는데, 그래도 그 중 가장 조건이 좋은 것 중 하나는 통역 아르바이트다. 베를린에서 나는 수차례 통역 아르바이트를 했다. 텔레비젼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삼성 SDI베를린 .. 언어,문자, 미디어 200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