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말 2001.8.2 아가에게 말은 이해되기 보다는 '작용'한다. 그것은 마치 마술사나 최면술사의 주문처럼, 그 말이 갖는 내용과 의미보다는 그 운율과 음성적 울림에 의해 녀석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가은아, 앉아' 녀석은 그 말을 알아들어 이해한후, 그에따른 행동을 실행에 옮긴다기 보다는 그 말의 주술.. Kindergarten 2005.10.30
깨닫는 아이 2001.7.22 처음엔 녀석 눈을 가리키며 '이거 뭐야?'라고 물으면 '누운'이라고 대답만 하던 녀석이, 이젠 아빠, 엄마, 곰돌이 인형, 그림책 속의 사자, 코끼리, 타조, 오리, 자기가 타고노는 목마, 텥레비젼에 등장한 아프리카 독수리까지 모두 '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눈을 가지고 있는 모든.. Kindergarten 2005.10.30
Nein 이라고 말하는 아가 2001.6.29 녀석이 처음으로 배운 독일말 Nein! 약 먹어라고 말해도 Nein! 코 자야지라고 권해도 Nein! 모래 장난하다 집에가자고 하면 Nein! 반찬만 골라먹다 밥도 먹어라 하면 Nein! 정작 저 말은 말 듣는 텔레토비들에게 써먹던 것이었는데, 어느새 녀석은 하고 많은 독일말 중 그 말을 배워 자기주장을 위해 써 먹는다... Kindergarten 2005.10.30
말 배우는 아이 2001.5.26 가은아 발 어딨어? 하면 녀석은 왼쪽 혹은 오른쪽 발을 들어올리며 '바'한다. 손은? 한 손으로 다른 손을 가리키며 응답. 그럼 입은? 입술 혹은 이빨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아이는 자신에게 '발'이 달려있는지, 자신이 지금 눈으로 보고 가리키는 것이 정말 확실한 발인지, 혹시 환영이나 환상을 보고있.. Kindergarten 2005.10.30
감기 걸린아이 : 인간의 개별성과 공감 2001. 4.5. 주룩, 녀석이 콧물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밤에 자면서까지 쿨럭쿨럭 기침을 한다. 지난번 처럼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며 기다리는 와중에 기침할때마다 작은 가슴에서 가래끓는 소리가 들린다. 녀석이 아프면 우린 그야말로 '화들짝' 놀란다. 마치 우리가 저질렀던 범죄가 '범인은 바로 우리.. Kindergarten 2005.10.30
아이와 엔트로피 2001.3.30 이제 온집안을 뒤똥 거리며 걸어 돌아다니며 만지고, 던지고, 잡고, 매달릴수 있게 된 아이는 그 어떤 질서도 단시간 내에 무질서로 만들어버리는 엔트로피 그 자체다. 정돈하여 꽂아놓은 책들, 상자에 넣어놓은 장난감, 컵에 담겨져있는 물, 접시에 놓여있는 쏘세지... 이 모든 것들이 함유하고 있을 .. Kindergarten 2005.10.30
그림책 보는 아이 2001.2.20 녀석이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다. 아니, 그림책을 보고 그 대상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불과 베개 그림을 보고 그것이 '그 위에 몸을 뉘여 자는 것'이라는 걸 알고, 치약과 치솔 그림을 보곤 이빨 닦는 시늉을 하며, 컵 그림을 보곤 잡고 물을 마시는 흉내를 낸다. 2차원으로 그려진 그림을 .. Kindergarten 2005.10.30
아이는 어떻게 금지를 배워가는가 2001.2.2. '해야하지 말아야 할것'앞에서 아이는 주저함이 없다. 그건 아이에게 아직 그러한 구분을 하게 해주는 인식론적 범주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험함과 안전함, 깨끗하고 더러움, 타인을 아프게 할 수있는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를 구분하게 해주는 어떤 척도도 지니지 못한 아이에게, 세상은 .. Kindergarten 2005.10.30
온몸으로 느끼는 아이의 존재감 2001.2.2. 잠을 자던 녀석이 '잉'하며, 아빠를 부른다. 마루에서 책을 보던 내가 채 녀석이 자던 방에 들어가보기도 전에 이미 침대를 내려와 문앞에까지 기어나온 녀석이, 두 팔을 치켜 벌리며 안아달라 한다. 덥석, 아이를 안으면, 녀석의 무게, 달콤한 냄새,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갗이 주는 안락감에 난 잠시 '참.. Kindergarten 2005.10.30
대지에 대한 관심 2001.1.19 직립보행을 통해 손의 자유를 얻은 인간이 그 댓가로 '땅과 대지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말은 옳다. 아직 기어다니는 녀석에겐 우리에겐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 우리 눈에는 도저히 발견되지 않는 밥풀 쪼가리, 과자 부스러기, 빵조각들을 바닥에서 용케도 찾아내 그 작은 손가락으.. Kindergarten 200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