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수업 2004.7.11 아침에 일어나 싱그러운 나무와 풀 향기가 실린 서늘하고 실픗한 공기를 들여마실 때에야 비로소 난 살아있음을 느낀다. 한국, 특히 내가 살았던 서울에 비해 이곳 독일이 갖는 가장 커다란, 포기하기 힘든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는 더이상 날 이국에서의 삶으로 설레게 하지않는 베를린의 거.. Kindergarten 2005.10.30
아이와 육체 2004.5.26 인간이 육체와 그것이 죽으면 그로부터 분리되어 나올 영혼(정신) 간의 일시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서양 사상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육체/영혼의 이원론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자신의 육체가 자신의 의지를 따르지 않는, 나아가 자신의 욕구가 쇠약해진 육체의 피곤함과 늘 갈등을 .. Kindergarten 2005.10.30
아이와 이데올로기 2004.3.11 아이를 키우는 데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그것도 많이. 아이가 사탕이나 초코렛만을 먹어려고 할 때, 아이가 이빨 닦기를 싫어할 때, 아이가 밤에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할때, 아이가 엄마, 아빠의 요구를 듣지 않으려 할 때, 그 아이를 벌거벗은 폭력으로 위협하거나 강요하지 않으려면 우린 그에 상.. Kindergarten 2005.10.30
말을 듣는 아이 2004.3.2. 가은이의 행동은 '말'을 통해 규제가능한 반면, 우노는 그렇지못하다. 가은이에겐 이미 '말'이 행위 구속력을 갖는 힘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그 말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고, 상처를 받거나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에게 있어 '말'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엉덩이를 찰싹 때려주거나, 물건을 빼앗.. Kindergarten 2005.10.30
두 언어, 두 생활세계 2004.2.29 두개의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면서 가은이는 동시에 두개의 서로 다른 Lebenswelt를 갖는다. 한국어가 그에게 마련해주는 환경세계, 곧 한국어를 쓰면서 혹은 한국어로 의사소통 하면서 그가 행동하고 말할 때 적용시켜야 할 행위규범과 전범들과 그것과는 다른 성격과 내용을 가질 독일어의 환경세계. 하.. Kindergarten 2005.10.30
물건을 집어 던지는 아이 2003.12.28 „시와 진리“에서 괴테가 언급한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프로이드가 분석한 글을 읽다. 괴테는 자시의 글에서 3살무렵 자신의 부엌에서 접시와 냄비들을 창밖의 거리로 내던졌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로이드는 자신이 진찰했던 환자의 어린 시절 기억과 다른 분석가의 분.. Kindergarten 2005.10.30
아이에 대한 부채 2003.10.17 독일에 있을땐 알지 못했던 것이 한국에 와서 부각되는 것 중의 하나가 가은이의 태도다. 녀석은 동생과 아빠, 엄마 이 세명의 가족 구성원외의 다른 가족들,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이모 등등을 그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지켜내어야 할 가능한 적으로 규정한다. 가은은 누군가가 자기 동생을 뺏어갈까.. Kindergarten 2005.10.30
내 육체가 감지하는 부재 2003.9.17 아내와 아이들을 잠시 한국으로 떠나 보내고 채 몇시간도 되지않아 가슴 한켠이 서서히 아려오기 시작했다. 단지 몇 달 동안의 일상적 공백일 뿐이라고 속으로 되뇌어보아도 차오르는 한기는 가라앉지 않는다. 난 이것이 내 육체가 벌이는 일이라 결론내린다. 그들과 한 공간의 공기를 함께 마시고 접.. Kindergarten 2005.10.30
잠투정하는 아이 2003.7.29 우노는 잠 투정이 많다. 잘 웃고 떠들던 녀석이 졸리기 시작하면 징징거리고 보채기 시작한다. 침대에 갖다 누이면 더 크게 울어대며 투정한다. 왜 아이들은 잠투정을 하는 것일까? 왜 그들은 졸음이라는 생리적 신호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졸리면 자면 될텐데 말이다. 깨어서, 무언가 흥.. Kindergarten 2005.10.30
아버지의 무전기 2003.7.23 초등학교 2학년 혹은 3학년, 어쨋든 그 즈음이었을 것이다. 난 여느때처럼 잠을 자고 있었다. 한 밤중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다가 아버지가 밤늦게 귀가하시는 떠들썩한 소리를 들었다. 아마 새벽 두 세시가 지난 시각이 아니었을까. 불콰한 얼굴과 술냄새를 풍기며 아버지는 내 방에 들어와 자랑스러운.. Kindergarten 200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