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두 언어, 두 생활세계 2004.2.29

김남시 2005. 10. 30. 04:57
두개의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면서 가은이는 동시에 두개의 서로 다른 Lebenswelt를 갖는다. 한국어가 그에게 마련해주는 환경세계, 곧 한국어를 쓰면서 혹은 한국어로 의사소통 하면서 그가 행동하고 말할 때 적용시켜야 할 행위규범과 전범들과 그것과는 다른 성격과 내용을 가질 독일어의 환경세계.

하나의 언어는, 그 언어를 통해 관계맺는, 그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을 통해 재상산되고 움직여 나가는 하나의 생활세계를 갖는다. 한국어를 통해 소통하고, 길러지고, 자라난 우리는 그 한국어의 생활세계가 요구하는 행위규범들, 곧 말하는 방식,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사물을 분류하는 방법, 자신과 다른 사람들관의 관계규정, 자신과 세계와의 관련 등을 함께 암묵적으로 습득하였고 그런 생활세계적 암묵적 지식을 한국어를 통한 일상적인 의사소통 속에서 늘 사용하면서 살아나간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그 언어로 이루어지는 소통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한 큰 문제없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독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또 하나의 다른 과제가 부여된다. 독일어로 소통하고, 독일어가 갖는 모든 행위규범들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다른 생활세계의 규칙에 적응하는 것이 그것이다. 외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그 나라의 '말'만을 배움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 말과 더불어, 그 말과 의사소통 하기 위해선 그 언어가 그 언어의 실질적 사용과 함께 암묵적으로 우리에게 요구하는 행위규범등을 익혀야만 한다. 특정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행위와 말, 사람들에 대한 태도, 세계와 나의 관계, 세계 속에서, 혹은 사회 속에서 자기 자신을 위치지우기 등, 이 언어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의 생활세계의 배경적 지식들을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가은이는 요즘 점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독일어 단어들과 문장, 표현들을 더 많이 쓰기 시작한다. 말하자면 녀석은 우리가 독일어와 함께 배운 독일어로 소통되는 이 사회의 생활세계의 지식을 넘어서 있는, 아직 우리에겐 발견되지 못한 이들 생활세계의 규칙을 점점 더 많이 배워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가끔씩 녀석은 한국어의 커뮤니케이션의 규칙과 독일어의 그것 사이의 차이와 경계를 넘어서고 혼동하며, 뒤섞어 버리기도 한다. 엄마, 아빠에게 반말을 쓰거나,독일어로 욕을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동시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생활 세계의 규칙들을 동시에 배우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른은 물론 아이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