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말을 듣는 아이 2004.3.2.

김남시 2005. 10. 30. 04:58
가은이의 행동은 '말'을 통해 규제가능한 반면, 우노는 그렇지못하다.

가은이에겐 이미 '말'이 행위 구속력을 갖는 힘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그 말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고, 상처를 받거나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에게 있어 '말'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엉덩이를 찰싹 때려주거나, 물건을 빼앗는 등의 행위와 거의 같은 효과를 같는다. 그에게 말은 이제 단순한 말이 아닌 '언어행위'가 되어버린것이다.

반면 우노에게 말은 아직 주위에서 들려오는 많은 소음과 소리에 다름 아니다. 그는 그 소리에 돌아보거나 고개를 돌리는 방식으로 그에대해 반응할 수 있지만, 그것은 다만 강한 빛에 눈동자가 수축되는 것과 같은 육체적 반응일 뿐이다.

우노의 행동은 그래서 다만 우리의 직접적 행동으로서만 규제가 가능하다. 더럽거나 위험한 것을 만지려 할때, 먹어선 안될 것을 입에 넣으려 할때, 먹을 것을 바닥에 던저버리려 할때, 우리는 그를 들어올리거나, 손에서 물건을 빼앗거나, 다른 흥미로운 것을 그에게 제시하거나 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그의 행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노는 아직 우리의 행위를 통해서만 그의 행위를 통제하고 규제할 수 있는 동물과 같다.

말이 스스로의 행위를 규제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감정을 변화시키는 구속적 힘을 갖는 것으로 작용하는 한 가은이는 이제 그 말에 의해, 마치 위험한 물건에 의해 다치고 상처받는 상처받을 수 있다. 반면 말이 단지 반응을 일으켜 내는 소리에 불과한 우노에겐 욕이나 꾸중이 칭찬과 격려의 소리와 구별되지 않는다.

말을 단지 이러한 소리가 아닌, 의미를 가진 하나의 '사회적 행위'로 받아들일수 있는 가은이는 이제 그로인해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변화만을 인지하고 그에 반응할 뿐인 동물과 구별되는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인간의 능력을 익혔다. 다만 현재적, 직접적, 물리적 변화에만 반응하는 동물과는 달리 녀석은 이제 지금 현재 자신의 눈앞에 현존하지 않는, '과거'와 '미래'에 의해서도 자신의 행위를 바꾸거나 그에 대한 행동양식을 취할수 있는 '시간적 존재'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가은인 이제 '약속'을 하고, '회상'을 하며, '상상'을 하면서 즐거워 할 수 있는 인간적 능력을 익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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