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아이와 육체 2004.5.26

김남시 2005. 10. 30. 05:00
인간이 육체와 그것이 죽으면 그로부터 분리되어 나올 영혼(정신) 간의 일시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서양 사상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육체/영혼의 이원론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자신의 육체가 자신의 의지를 따르지 않는, 나아가 자신의 욕구가 쇠약해진 육체의 피곤함과 늘 갈등을 겪어야 하는 노인들에게서 나온 생각일 것이다.

내가 배를 간지럽히면 까르르, 웃어대고, 내 품에서 파닥파닥 거리며 버둥대는 아이에게서 우리는, 이 생동하는 육체와 근본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어떤 정신의 존재를 생각하기가 힘들다.  아이들의 저 파닥거리는, 잠쉬도 가만있지 않는, 그러면서도 아주 사소한 외부적 자극에도 저렇듯 발랄하게 반응하는 육체는 아이들의 생명이자 아이들의 영혼 그 자체다. 우린 그 속에서 소위 육체와 영혼 간의 부조화, 어긋남과 갈등, 의지를 벗어나는, 의지를 따르지 못하는 쇠잔한 육체의 흔적을 하나도 발견할 수 없다. 저런 아이들에겐, 저들을 저렇게 생기롭고 활발하게 하는 것이 저들의 젊은 육체인지, 저들의 맑은 영혼인지 구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싱싱한 영혼이자 살아있는 육체이기 때문이다.  

철학이 이 아이들로부터 출발했었다면, 저 오래된 육체와 정신의 이원론은 오늘날과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서 인간은, 늘 규제되고 감시되어야 하는 육체와 채찍과 고삐로 그를 다루는 이성이 대결하고, 의지와 욕망, 감정과 판단이 나뉘어져 서로 싸움을 벌이는 전장터가 아니라, 파닥거리는 생생한 에너지가 모든 삶의 국면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충만한 통일된 생명체로 이해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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