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아이의 욕구와 말 2004. 8.2

김남시 2005. 10. 30. 05:01
육체가 필요로하는 모든 것들을 직접 엄마의 육체로부터로 공급받고 있던 뱃속의 태아가 탯줄을 끊기고 그 모태와 분리되고 나서 겪는 최초의 도전은, 자신의 유체적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제 간접적이고 매개적인 방식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존을 전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는 아기들은 이제 그 타인들에게 자신의 육체적 욕구를 '알릴 수 있어야만' 살아 남는다. 배가 고플 때 울음을 터뜨리고 기저귀가 젖었을 때 칭얼거림으로써 아기는 자신의 육체적 욕구를 주위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최초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장 속으로 편입된다.

자신의 욕구가 점점 분화되고 다양화됨과 더불어 아이는 이제 다의적이며 혼란과 오해의 소지가 많은 단순한 울음과 칭얼거림 대신 보다 세련되고 세밀하게 자신의 욕구를 표명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매체, 곧 '말'을 배워야 한다.

세상을 점점 더 알아감으로써 이전의 울음과 칭얼댐으로 표명하기엔 너무 다양해지고 분화된 욕구를 갖게 된 가은이는 이제 '말'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아직 말이라는 복잡한 상징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가은이는 때때로 녀석에게 익숙해있는 이전의 매체인 울음에 의존한다. 그러나,그 때마다 녀석은 울음이 자신의 구체적 욕구를 효과적으로 표명해 주지 못하는 것을 물론, 이제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자신을 무시받게 하는 것임을 깨달아야한다.

라깡이 우리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욕구가 언어적, 상징적 구조를 갖고있다고 말했던 것은 이런 의미에서이리라. 이제 자신의 욕구를 말을 통해 표명해야 하는 아이들은 그 말이 가지고 있는 구조, 존재하고 있는 단어들과 그 표현방식, 나아가 언어들 상호간에 존재하는 음성적 유사성들에 자신의 욕구를 구조화시켜 표현해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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