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거짓말 하는 아이 2004.12.13

김남시 2005. 10. 30. 05:02
아이가 가끔 거짓말을 한다.

자신이 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자기 맘에 들었던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들고 나와서는
그 아이가 자기에게 준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말"을 배우게 되면서, 아니 그 말을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지게 되면서
아이는 저 말과 실재가 맺고있는 신비스러운 관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아이는 말을 통해 자신이 한 행동이, 혹은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이 간단히 "마술처럼" 뒤집어 질 수 있다는, 실재와 현실을 말 한 마디로 바꾸어 버릴수 있는 거짓말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말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세계, 말로써 바뀌어지는 세상, '수리 수리 마수리' 라는 주문을 통해 없었던 비둘기가 나타나고, 자동차가 사라지는 저 신비로운 힘을 아이는 깨닫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을 통해 자신의 물리적 힘이 미치지 못하는 실재의 영역을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 실제를 넘어서 있는 저 반실재의 잠재성들을 이리저리 탐구하고 더듬어 보는 탐사자처럼, 아이에게 저 미지의 가능성들은 매혹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나쁘다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면서 우리는 어쩌면
오랜 시간동안 우리의 문화를 지배해오고 있었던 말의 '주술적 힘'에 대한 믿음을
나이브한 리얼리즘으로 대체해버리길, 그리하여 저 마법과 마술과 환상의 세계 대신에
메마른 인과율의, 자신이 투여한 만큼만 되돌려 주는, 아니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세계의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아이에게 내면화시키길 요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는 언젠가 이 세계 속에서 사실상 '말'이 우리가 말했던 1 대 1의 정직한 대응관계로만 교환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이 세상엔 있었던 사실 혹은 존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말'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아이는 우리가 요구한 탈마법화된 말의 빈곤함을 배신감으로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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