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내 육체가 감지하는 부재 2003.9.17

김남시 2005. 10. 30. 04:55
아내와 아이들을 잠시 한국으로 떠나 보내고 채 몇시간도 되지않아 가슴 한켠이 서서히 아려오기 시작했다. 단지 몇 달 동안의 일상적 공백일 뿐이라고 속으로 되뇌어보아도 차오르는 한기는 가라앉지 않는다. 난 이것이 내 육체가 벌이는 일이라 결론내린다. 그들과 한 공간의 공기를 함께 마시고 접촉하며 지내왔던 내 육체가 이제 그들의 부재를 감지한 것이다. 떠나간 저 세 명의 육체가 내뿜던 온기를 더이상 탐지하지 못하는 내 육체가 이 변화된 상황 앞에 잠시 부적응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거다. 저 부재하는 세 개의 육체 대신 들어선 냉기와 고요에, 이제 이 공간 속에 존재하는 유일한 육체인 나의 몸이 스스로를 이렇게 적응시키고 있는거다. 추운 곳에 가면 우리 몸이 작게 움추려 들듯 그렇게 이 새로운 조건에 반응하고 있는 거다.

좀 두꺼운 긴 팔 셔츠를 꺼내 입으려다 저 작은 세 육체가 남기고 간 흔적을 본다. 이 방과 저 방에, 부엌과 욕실에 흩어져 있는 아이의 장난감, 그림책과 옷가지, 그리고 아내의 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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