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인간

놀이와 사랑

김남시 2012. 8. 16. 21:40

“놀이 이론은 막대와 굴렁쇠, 팽이와 채찍, 구슬과 구슬치는 사람의 수수께끼같은 이원성을, 이 두 부분들 사이에 형성되는 마그네티즘에 대해 연구해야 할 것이다. 아마 그것은 이렇게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라고 부르는 우리 외부에 존재함 Ausserunssein에서 다른 존재 속으로, 종종 적대적이며, 더 이상 뚫고 들어가기 힘든 한 낯선 인간 존재의 리듬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일찌감치 비생명체를 갖고 벌이는 이런 종류의 놀이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로 드러나는 근원적 리듬의 실험을 벌인다. 어쩌면, 우리 자신을 비로소 손에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리듬들일지도 모른다.” 발터 벤야민, 놀이감과 놀이 Spielzeug und Spiel. (GS III)

팽이를 돌게 만들기 위해선 팽이를 감아 돌린 팽이줄은 팽이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 구슬치는 아이는 아끼는 구슬을 자신에게서 멀리 던져 놓을수록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 일단 중심을 잡은 굴렁쇠는 막대로부터 떨어질수록 더 잘 굴러간다. 벤야민은 이를 팽이와 채찍, 구슬과 구슬치는 사람, 막대와 굴렁쇠 사이의 ‘수수께끼 같은 이원성’, 그 두 부분 사이에 존재하는 ‘마그네티즘’이라 부른다. 그 둘은 같이 있어야 놀이가 가능하지만, 팽이를 돌리고, 구슬을 던지며, 굴렁쇠를 굴리기 위해 그 둘은 마치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 떨어져 나가야만 한다. 우리 안에서 시작되지만, 우리의 바깥을 향해, ‘종종 적대적이며 더 이상 뚫고 들어가기 힘든 낯선 인간 존재’ 에게로 향하는 사랑을 경험하기 전에, 유년시절의 우리는 일찌감치 이 놀이들을 통해 이 ‘수수께끼 같은 이원성’의 리듬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