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인간

"나는 가수다"...

김남시 2011. 5. 8. 19:56

‘나는 가수다’를 보다. 그렇지 않아도 멋진 7명의 가수들은 최고의 노래 실력들을 보여준다. 핫팬츠를 입은 걸 그룹의 현란한 댄스 음악에만 길들여온 우리를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그런데, 우릴 ‘소름끼치게’, ‘눈물 나게’ 감동시키는 이 가수들의 노래가, 매번 1위에서 7위까지 서열을 매기고 점수가 좋지 않을 때는 탈락시키는 경쟁과 중압감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꺼림칙하다. 가수들은 그 거대한 부담감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죽을 각오로’ 연습하고 노래를 부르고, 우리들은 그로부터 나오는 멋진, 감동적인 노래를 즐긴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즐거워하면서 우리는, 역시 경쟁과 압박은 인간에게 보다 높은 생산력을 뽑아낼 수 있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죽을 각오로’ 남보다 높은 생산력을, 남보다 뛰어난 성적을 산출하도록 우리를 강제하는 경쟁과 압박이 예술의 영역에서조차 힘을 발휘한다는 서늘한 깨달음과 함께. 경쟁과 압박감 속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노래가 듣는 나를 즐겁게 한다는 이 역설은, 동일한 경쟁과 압박감 속에서 ‘열심히’ 일함으로써 나오는 내 노동의 높은 생산성이 누구를 즐겁게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기묘하게 반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