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인간

보편자에 머물기

김남시 2012. 8. 8. 13:58

실연을 위로할 때 자주 듣는 말 : “세상에 여자/남자가 그 하나뿐이냐!” 사랑을 잃은 자신이나 타인을 이렇게 위로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사랑했던 개별자, 그만의 속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던 그 유일한 개별자를 사랑하는데 실패한 우리는, 우리의 시선을 바로 그/그녀가 아닌, /그녀가 아니더라도 존재하는 다른 그/그녀들에게로 향한다.

 

플라톤 식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그/그녀를 사랑했던 이유는, /그녀의 아름다움이 우리가 과거에 보았으나 망각하고 있던 참된 아름다움을 상기시켜 줌으로써 우리를 사랑의 광기에 사로잡히게 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이곳에 있는 아름다움을 보면서 참된 아름다움을 상기한다면 날개가 돋고, 날개가 돋으면 솟구쳐 날고 싶은 바람을 갖지만 능력이 없는 탓에 새처럼 위를 바라보면서 아래 있는 것들에는 아무 관심도 두지 않는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있다는 말을 듣는 걸세...그런 광기에 사로잡혀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불리지.” (파이드로스 249 d)

 

광기에 사로잡혀 이곳에 있는 아름다운 그/그녀를 사랑했던 우리는 이제 그/그녀의 구체적 개별성으로부터 눈을 돌려, 더 일반적인, 더 보편적인, 그렇기에 더 참된 아름다움에 가까운 다른 그/그녀들에게로 향한다. /그녀의 모든 개별적, 개체적 특성들이 우리를 사랑이라는 광기에 사로잡히게 했던 아름다운 것들이었다면, 사랑이라는 광기는 이제 우리로 하여금 그 개별자들에게 아름다움을 분유해 주었던 아름다움 자체를 향해 한 계단 더 올라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그를 통해 실패한 사랑은 우리를 개별적인 것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좀 더 보편적인 것에 대한 사랑으로 상승시켜준다.

 

아름다움 자체를 향함으로써 아름다운 것에 대한 사랑의 상실을 치유하려는 이러한 방식은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기 모순적이다. ‘다른 그/그녀들이라는 보편자에 우리의 사랑이 머무를 수 없는 한, 그 속에서 다시 모든 개별적, 개체적 특성을 가진 바로 그/그녀를 찾음으로써 사랑의 대상을 또다시 개별자로 하강시키려는 한. ‘참된 삼각형에 대한 사랑을 통해 바로 이 삼각형에 대한 사랑을 극복 또는 이겨내지 못하는 한. ‘부정적인 것에 머무는정신의 능력만큼 강한 보편적인 것에 머무는사랑 광기의 힘을 갖고 있지 못하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