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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정신 : 헤겔과 자기읽기 (2)

김남시 2007. 1. 20. 19:47

지금이 밤이라고 확신하고 그를 지금이라고 기록하는 의식과 다음 그렇게 쓰여진 지금 김빠지고 공허한 것이라고 발견하는 의식 사이엔 핵심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첫번째 의식의 대상이 지금은 이라고 하는 감성적 확신이었다면, 기록되어 있는 지금 바라보고 있는 두번째 의식은 지금은 이라던 어제의 감성적 확신과 더불어 하지만 이제 밤이 아니라 낮이 되어버린 지금 동시에 자신의 대상으로 삼고있다. , 다음 날의 의식에게는 전날 밤의 의식이 지니고 있던 감성적 확신 자체가 의식의 대상이 것이다. 차이를 헤겔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전자의 의식이 지금은 이라는 지식에 붙들려 있었다면 후자의 의식은 의식 자체를 대상화시켜 반성함으로써 전자의 상대적 지식을 넘어서고 있는 자기의식 Selsbtbewusstsein 이라는 것이다.

 

사실이 어떻게 쓰여진 das Geschriebene 나아가 기억의 문제와 관련 맺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헤겔이 이야기하고 있는 의식의 변증법적 자기운동 과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정신현상학 서문에서 헤겔이 말하고 있는 핵심 내용은 의식이 진리 탐구의 도구를 이미 자신의 변증법적 운동 속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식 대상으로서의 절대적인 das Absolute 그를 인식하는 도구 혹은 매체로서의 의식을 구분하는 자연스러운 생각 natürliche Vorstellung’ 비판하면서 헤겔은 자체로 있는 was an sich selbst ist’ 대한 인식에 도달하는 목표를 갖고있는 의식의 자기 운동 속에는 의식이 획득한 대상에 대한 지식이 참된 것인지 아닌 것인지를 검토하기 위한 척도 Maßstab 이미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해서 헤겔이 책에서 선보이려고 하는 의식의 경험의 학문 Wissenschaft der Erfahrung des Bewußtsein’[1] 속에선 인식의 대상과 인식의 주체, 나아가 인식의 도구와 척도 자체가 이미 출발에서 부터 통일되어 있다.

 

어떻게 이러한 통일이 가능한가. 첫번째로 언급되어야 것은 의식이 자신의 인식 대상으로 삼는 대상은 이미 의식이 그를 자신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부터 이미 의식과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위한 존재 das Für-das Bewusstsein-Sein’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대상에 대해 획득한 지식 das Wissen 이를통해 원래의 대상 자체와는 다른 존재 양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의식이 대상에 대해 획득한 지식은 다만 의식에게만 타당한 상대적이고 제한된 지식일 밖에 없다. 만일 의식이 자신이 획득한 상대적 지식에 머무른다면 우리는 대상 자체에 대한 참된 인식에 도달할 없을 것이다. 헤겔에 의하면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이런 자신의 상대성을 극복하기 위한 동기와 척도를 이미 자기 자신 속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건 우리의 의식이 다만 대상에 대해서만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의식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또다시 의식하는 자기의식Selbstbewußtsein이기도 하기 때문[2]이다.

 

자기 의식으로 인해 의식은 자신이 최초에 획득했던 대상에 대한 지식이 다만 의식을 위한 존재das Für-das Bewusstsein-Sein’ 다름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를 대상 자체 das An-Sich’ 구별함으로써 상대화시킬 있다. 자신이 대상에 대해 획득한 지식이 사실상 대상 자체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의식은 사이의 차이를 극복함으로써 대상자체에 대한 참된 인식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의식이 획득한 대상에 대한 지식이 의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자기 의식을 통해 의식이 자신의 상대적 지식과 구별하는 대상자체 대한 지식도 역시 마찬가지로 의식에 의해 생겨난 것인 , 지식의 차이는 결국은 의식 자체가 자신의 내부에 가지고 있는 분열이자 차이라고 말할 있으며 이를 극복하려는 의식의 자기 운동은 자기 자신과 통일과 일치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있다.

 

헤겔이 욕구 Begierde, 충동 Trieb, 동요 Unruhe, 절대적 부정성 absolute Negativität 등의 단어들로 다양하게 개념화했던 변증법적 운동의 특이한 점은 첫째,   운동 속에서 인식의 주체와 인식의 대상, 나아가 인식의 도구가 모두 우리의 의식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점이며, 바로 사실과 직접 관계하는 것으로, 둘째 인식 대상만이 인식 수준에 따라 변화하고 지양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그를 인식하는 인식 주체인 의식도 그에 상응해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대상에 대한 인식이 발전됨과 더불어 의식이 감성적 확실성에서 지각으로 나아가 오성과 이성, 정신으로 자신의 형태를 변화시켜 나가는 운동을 헤겔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애초에 대상으로 보여졌던 것이 의식을 만나 의식의 지식으로 전락 herabsinkt하면서, 그리고 그를통해 대상 자체 das An-sich’, 새로운 대상인 의식을 위한 대상 자체 Für-das-Besußtsein-Sein des An-Sich 변화하는 것과 더불어 의식도 이전과는 다른 본질 Wesen 갖는 자신의 새로운 형태를 연출한다.“[3]

 

헤겔에게 있어 대상에 대한 의식의 지식과 의식 자체 사이의 이런 관계를 염두에 우리는 이제 쓰여진 것과 그를 바라보는 의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잠정적으로 이야기할 있다. ‚지금이 이라고 확신하고 그를 지금이라고 기록했던 감성적 확실성은 아직 자신이 확신하고 있는 지식이 다만 의식을 위한’ das Für-es (das Bewusstsein)-Sein 지식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자신의 지식의 상대성과 제한성을 의식하지 못했던 의식이다. 이는 다음날 이렇게 쓰여져있는 지금 바라보고 이를 김빠지고 공허한 것으로 발견하는 (자기) 의식에 의해 비로소 의식되게 된다. 그건 자기 의식이 애초 자신이 확신했던 지금은 이라고 하는 지식[4] 지금 자체’ das An-sich des Jetzt’ 비교해 보고 지식과 대상 자체 사이의 차이를 인식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바로 차이에 대한 인식을 통해 의식은 쓰여져있던 감성적 확실성의 진리 지금 이제 공허하고, 김빠진 schal 이라는 발견한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쓰여진 , 글쓰기’, 나아가 쓰여진 읽기 갖는 역할이다.

 



[1] G.W.F. Hegel : Phänomenologie des Geistes, Reclam S.77.

[2] G.W.F. Hegel : Phänomenologie des Geistes, Reclam S.74.

[3] G.W.F. Hegel : Phänomenologie des Geistes, Reclam S.76.

[4] 물론 감성적 확실성이 가지고 있는 대상에 대한 이런 확신은 아직 본래적 의미에서 지식 Wissen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헤겔은 이를 지칭하기 위해 지식 Wissen 이라는 단어 대신 ‚Meinen’ – 여전히 doxa 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는 주관적(mein-meinen!)이고 상대적 지식 -  이란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