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문자, 미디어

인터넷 속에서의 나

김남시 2000. 5. 1. 14:54

오늘도 난 내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따위를 알려주고 하드 디스크 공간을 거저 받았다. 언제부턴가 나의 정보 - 나의 정보래야 기껏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나 간단한 취향정도 - 엔 교환가치가 생겨나 난 그를 제공하고 여러가지 서비스를 받게되었다.

난 내 정보를 팔아 인터넷으로 전화를 걸고, 이메일 주소와 공간을 할당받으며, 라디오나 텔레비젼을 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운 좋으면 상품권도 받는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아무 짝에도 소용될것 같지않던 나의 정보가 이렇게 많은 댓가를 내게 제공하게 된 저간의 사정엔 무언가 께름찍한 점이 없지않다. 첫째로, 단 몇 년 사이에 나의 정보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적 상품성을 갖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정보의 원천인 나 자신의 (교환)가치가 예전에 비해 상승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가 아닌 '나의 정보'가, 실체가 아닌 그 실체에 관한 기호들이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둘째, 나의 취향과 기호가 지니는 교환가치는 사실상, 나의 잠재적 상품 구매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난 장차 나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상품들을 구매할 것이며, 그 가능성에 의해 현재의 취향과 기호등의 정보가 잠재적 상품성을 지닌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 내 취향과 기호는 나의 구매력을 통해서만 그 존재의의를 보장받는다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내가 즐겨있는 글들은 언젠가 내가 그와 관련된 상품을 구매할 수있는 능력이 있을때에만 내게 의미를 갖는다.

세째, 인터넷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에게 있어서 나의 정보는 사실상 양적으로만 의미를 지닌다. 그들은 많은 수의 무료회원을 가입시키고, 그 회원의 수에따라 그 회사의 잠재적 가치를 보증받는다. 3천만의 회원수를 가진 다움 커뮤니케이션의 주식가격은 천명의 회원수를 가진 다른 업체보다 상승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나의 취향과 기호가 지닌 고유한 가치는 어떻게 존중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