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인간

미래, 그 음울한 설레임 2000.4.29

김남시 2006. 2. 17. 05:36
미래가 아직 음울한 잿빛의 불투명으로 흐려지기 이전, 내겐 미래에 대한 설레임을 분유케했던 한 이미지가 있었다. 그건, 지금 생각해보면, 어줍잖은 소설들 속에서 등장한 단편적 삶의 조각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같은 거였다.

난 어서빨리, 그 삶의 한 가운데로, 그 빛 속으로 당당하게 걸어들어가 내 삶을 그 이미지 속에서 빛나게 하고 싶었다. 난, 내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멋진 일을하고, 깔끔한 카페에서 재즈를 들으며 가벼운 여흥을 즐기고 있을 것이었다. 근사한, 천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경쾌한 대화를 나누며, 나의 삶의 긴장을 지켜나갈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삶에는 빛나는 중심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난 깨닫기 시작하였다. 아니, 그 빛은 지친 몸으로 TV앞에 앉아 있거나, 어렵게 구한 시간에 읽는 소설들 속에서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세계가 신비로운건, 현실을 견디기 위해 그 틈에서 비집고 나오는 초월을 꿈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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