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인간

길을 걷다가 2000.5.9

김남시 2006. 2. 17. 05:35
길을 걷다가,
교문 옆 잔디밭 둔턱이 파헤쳐져 있는것을 보았다.
 
 수년 전 저 곳은
 사과탄, 지랄탄 파편 흩어져
 지나는 사람의 코끝을 움켜쥐는 과거가
 움직거리던 곳이다.

 더 수년전 저 곳은
 청 자켓에 아톰 헬멧을 쓴 백골단들이
 우수수 쏟아져 곤봉을 휘둘러대던
 매운 과거가 부글거리던 곳이다.

 길을 걷다가 문득,
 헤쳐져버린 과거와 그 속에서 바작거리던 내가
 내지르는 소릴 듣는다.

 사라진 과거를 깔고 들어설 미술관에서
 미래는 어떤 색깔로 전시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