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베를린

유럽의 밤 2001.8.31

김남시 2006. 2. 17. 05:21
...은 한국에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않다. 책상에 앉아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고있으면 난 내가 유럽 대륙의 한 복판에 앉아있다는 실감이 나지않는다. 어느새 내가 병역을 필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비자와 패스등 복잡한 서류절차를 마치고 이 낯선땅에서 집을 얻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지금 현재를 위해 치루었어야 했던 저 복잡하고 지리한 절차들이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난 그저 몇년전 책상에 앉아 책을 보거나 글을쓸때처럼 그렇게 그냥 그대로 머물러 있는것만 같다.

이 비현실감은 어쩌면 단조로운 유학생활이 주는 보호막이자 동시에 위험한 안개일지도 모른다. 난 현실의 모든 절차들과 의례들로부터 떨어져있지만, 또한 나의 밖에서 세상은 숨가쁘게 변하며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날 내가 그 현실에 다시 발을 내딛는 순간, 난 짐승가죽을 두르고 돌뎨◀?든 원시인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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