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베를린

독일의 크리스마스 선물, 전나무

김남시 2005. 12. 21. 23:39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에게 세배라는 단어를 어떻게 설명해 있을까.  그가 어른들에게 절을 한다는 단어를 알고있다면, 우린 세배라는 단어는 새해 아침에 어른들에게 절하는 이라고 설명해 주어야 것이다. 이는 차례를 지내다라는 말에서도 마찬가지 일텐데, 외국인이  제사라는 단어를 이미 알고 있고  그와 더불어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한국의 풍습을 알고 있다면 우린 차례 추석때 조상들에게 드리는 제사라고 설명해주어야 것이다.  절을 하다혹은 제사를 지내다라는 말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세배하다혹은 차례를 지내다라는 말이 한국어에서 별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새해 아침에 하는 추석때 지내는 제사 그를 위해 별도의 단어를 필요로 만큼 한국의 문화적 풍토 속에서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 사회에서 한국의 새해 추석만큼 중요한 명절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그건 크리스마스다. 맑스와 엥겔스의 종교 비판을 낳은 독일이지만, 1900 사회주의와 사민주의가 사회적 사회주의가 독일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조차도 대다수의 독일 노동자들그것도 직물, 철강, 광산업에 종사하는 신을 믿지는 않지만여전히 크리스마스를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기고 있었다. (Lucian Hölscher : Geschichte der protestantischen Frömmigkeit in Deutschland, München 2005)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그건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부터 거리에서 팔고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용 전나무들에서도 있다.  유럽 전역의 숲에서 자라 밑동이 잘린채 독일 거리에까지 실려온 수만 그루의 전나무들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독일가정의 거실 가운데에서 이들 크리스마스 파티의 중심을 장식하고는, 누렇게 시들어진 다시 거리에 버려진다. 독일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전나무는 평소엔 한결같은 푸르름으로 칭송받다가  -  „Oh Tannenbaum, oh Tannenbaum!“ – 크리스마스 집단 도살을 맞이하는  - 점에서는 미국 사회의 칠면조나 유럽의 거위들도 마찬가지인데 -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나무와 함께 빠질수 없는 연례행사가 선물교환이다. 독일인들에게 크리스마스때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은 이를 위해 별도의 단어를 만들어 사용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독일어엔 한국어의 세배 차례처럼 크리스마스 선물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가 따로 있다는 말이다. Bescheren 이란 단어다. 단어의 어원이 재미있는데, 이는 원래 신에 의해 무언가를 나누어받다 혹은 운명의 판결을 받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18세기부터 오늘날 처럼 크리스마스때 선물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여기엔 아이들이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기 예수가 그들에게 주는 것이라는 의미론이 작용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는 사람의 운명 최소한 미래의 삶의 괘적과 관련되어 이해되어 왔다는 것이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야 것인가가 크리스마스 시즌 독일인들을 가장 괴롭히는 일이라는 설문결과도 이렇게 보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크리스마스 선물에 이처럼 어떤 운명적인 의미 부여되어 있다면, 어느 누가 함부로 아무 물건이나 고를 있겠는가. 오늘 신문에도 선물 때문에 고민하는 독일인들을 위해 상대에게 어울리는 선물 고르는 기사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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