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삶

대화와 비판이 왜 상대를 낯설게 만드는가

김남시 2006. 2. 17. 04:41

 

분석의 논리는 대화의 논리와 구분되어야 한다. 분석이 대상의 표면적 외관을 뚫고 들어가

 

그 대상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심층과 무의식 까지를 밝혀내어야 하는 것이라면,

 

구체적인 상대와의 대화나 논쟁은, 그의 진술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감추어진 이해관계,

 

무의식적 욕구와 권력에의 의지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더불어 '강제없는,

 

자발적 동의'에 도달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우리와 대화나 논쟁을 벌이는 상대의 진술 Mitteilung의 배후를, 그 진술의 외면 속에

 

감추어져 있을 무의식적 욕구를, 권력에의 의지와 계급적 이해 관계를 '들여다보려'는 순간,

상대는 더 이상 우리에게 대화의 상대자가 아니라, 우리가 분석하는 대상 Objekt 으로

 

사물화되고, 낯설어 entfremdet 진다.

 

 

Sloterdijk 이 지적하듯, 그를통해 낯설고 사물화된 상대와의 논쟁은 더 이상 계몽과 비판의

 

본래적 이상이었던 '자발적 동의'의 이념을 좇지 않는다. 무의식적 욕망, 계급적 혹은 

 

물질적 대립, 맹목적인 권력에의 의지로 환원되어버린 상대와의 논쟁은 이제,

 

더 이상 언어적 논쟁과 대화를 통해선 해소될 수 없는 욕망과 이해 관계와 힘의 대립으로

 

변하며,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 중요한 것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대화와 비판, 논쟁의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선,

 

상대가 자신의 진술로 제기 mitteilen 하지 않은 모든 진술 외적 의미들 Signifikation 을 

 

상대의 제기된 '진술'과 구분할 줄 아는 날카로운 참을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