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삶

의식과 삶의 합리화

김남시 2003. 9. 26. 02:32
급속한 외재적 합리화의 과정 속에서 한국인들은 그들의 삶 속에 뿌리박고 있던 의례 Zeremonie들을 던져버렸다. 삶의 순간 순간 마다의 이행과 그로부터의 사회적 책임감을 상징적으로 체험하며, 가족과 공동체 성원들간의 유대를 확인하게 해 주던 많은 의례들은 미신적이자 비합리적인 것, 나아가 실내용이 없는 ‚형식적인 것‘으로 평가절하되었고, 그를통해 사람들은 그런 의식과 의례를 행하는 것을 귀찮고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동네의 모든 어른들이 우스꽝스러운 치장과 복장을 입고 함께 참여하는 거리축제,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성년이 된 청년의 머리를 잘라주던 성년식, 하나 하나 그 상징적 의미를 통해 우주 창조의 역사를 재현하던 다양한 의례들은 이제 문화재관리국이나 박물관의 인형들 속에서나 관찰할수 있는, 마치 거추장스러웠던 관례복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무게가 그나마 그 의례의 진지함을 지탱해주는 장례식 등을 제외하고는 이제는 그 누구도 왜곡되고 기형적인 형태로 거추장스럽게 남아있는 의례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하루빨리 없어져야할 형식적인 치례이자 구세대의 잔여물로만 여겨질 뿐, 한때 그것들이 지니고 있었던 진지한 삶의 상징적 의미들은 다 사라져버렸다.

이런 모든 의식과 의례들이 ‚합리화‘된 그리하여 모든 목적 합리적 행위들로만 이루어진 삶 속에서 소위 삶의 의미들을 찾지못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삶이 생활세계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고 엄숙하게 참여하는 어떤 상징적 통과 의례들로 이루어져 있을때, 그리하여 그 공동체의 의례와 의식을 치루고서야 비로소 특정한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는 의례와 의식이 실질적 힘을 갖고있을때, 삶은 팍팍하고 지리한 먹고살기위한 목적 합리적 행위가 아닌 의미와 내용으로 충만한 진지한 어떤 것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