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

과거, 역사, 기억에 대한 단상

김남시 2005. 12. 18. 23:23

당선된 이후 계속 반유대주의적, 이스라엘적 발언으로 서구 세계에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란 대통령 Ahmadineschad 최근 홀로코스트 서구 세계 그에게 서구세계 , 이슬람 세계에 대립되어 있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세계 지칭하는 것인데 이스라엘의 국가적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신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근 프랑스의 지식인들은 소위 역사의 자유를 위해라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세번째 항목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는 현재의 노예가 아니다. 역사가는 과거를 현재의 이데올로기적 도식에 짜맞추고 현재의 민감한 사안을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에 투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알려져있는 Paul Veyne – 그가 역사와 신화에 대한 멋진 그리이스인들은 신화를 믿었는가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다. - , 역사와 기억 사이의 복잡한 상호관계를 지적해 유럽 지식 사회에 기억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던 Piere Nora, 그외 Mona Ozouf, Marc Ferro 등의 역사학자, 철학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현재의 정치적, 이념적,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과거를 부정 혹은 부인하거나, 왜곡시키는, 소위 역사의 도구화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의식을 십분 공감한다 하더라도, 선언은 과연 현재의 문제와 관심과 관점에 의해 현재화되지 않은 과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거를, 우리가 살고있는 현재와의 어떠한 관련성으로부터도 독립시킨채, 그저 과거 자체에 대한 물신화된 자료로 보존하려는, 20세기 실증주의적 역사관으로 회귀하려는 것인가.

실증주의와 역사주의의 논쟁은 우리에게, 과거와 역사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태도의 어려움을 분명히 알려주었다. 과거는 우리의 현재와 어떤 관련도 없이 그저 읽히지 않는 역사책 속의 수치와 자료들로 환원되거나, 그렇지 않다면 너무나 쉽게 현재의 이념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위해 도구화되어 버리거나 한다.  우린 어떻게 극단을 극복할 있을 것인가.

발터 벤야민은 역사주의와 실증주의의 사이에서 배회하는 과거를, 어떤 극단으로도 빠지지 않는 방식으로 구제하려 한다. 역사는 미이라처럼 보존된과거가 되어서도, 그렇다고 현재를 위한 도구가 되어서도 안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벤야민에 의하면 과거는 현재에 의해 기억되기를 요구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거의 고통, 희망, 구원에 대한 갈망들을 기억해야 역사적, 메시아적 의무를 지닌다. 과거는 한때 세계가 강요했던 고통 속에서 해방되기를 꿈꾸었던 현재였고, 우리의 현재는 바로 그들이 꿈꾸웠었던 미래이기 때문이다.  마치 현재의 우리가, 현재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우리가 미래의 구원을 갈망하듯 과거의 그들 역시 해방될 미래를 꿈꾸었었고, 우린 바로 그들이 꿈꾸었던 미래를 현재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 사이에 맺어진 메시아적 묵계는 우리로 하여금 과거를 우리와는 상관없는 수치와 자료와 사실들의 나열로 사물화시키지도, 우리의 현재의 목적을 위해 그저 도구로만 삼을 수도 없는 무엇으로 만들어 준다. 해방과 구원을 꿈꾸는 우리는 그를통해 이루어지지 않은 과거의 구원에 대한 갈망을 우리의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며,  그를통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과거의 메시아적 구원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구원과 해방을 꿈꾸기를 멈출때, 과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구원에 대한 열망을 메마른 수치와 자료들로 사물화시킬때, 진보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통해 과거를 어리석고 무지했던, 그러나 필요 불가결했던 역사의 전단계로 만들어 버릴때, 과거와 현재 사이에 맺어져 있던 메시아적 묵계는 우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깨어져버리고, 구원을 꿈꾸게했던 과거의 고통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놀라움과 안타까움도 남기지 못한채 과거의 폐허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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