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질문의 끝 2003.3.28

김남시 2005. 10. 30. 04:51
가은이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댄다. 녀석은 자기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에 대해 그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지 않고는 넘어가는 법이 없다.

아빠, 빠빵이 왜 움직여?, 빠방이 왜 안 가?, 저 아줌만 왜 웃는거야? ,아저씨가 뭐라 그랬어?, 고양이는 왜 쥐를 잡아먹어?, 아빠 손은 왜 이렇게 커?,우노는 왜 말 못해?, 바람 아저씨는 어디서 와?, 햇님 집은 어디야?, 물고기는 왜 눈 안감어?, 왜 제는 빨간옷 입었어?,저 아줌만 왜 담배 펴?,저 새가 뭐라 그랬어?, 왜 아이스크림은 차가워?....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대는 아이에게 대답해 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않다. 첫째로 그 대답은 아이의 머리 속에 있는 아이의 세계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그건 원래 그런거야'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질문들이 있다. 하늘은 원래 파란거야, 아가들은 원래 말 못해, 고양이는 원래 쥐를 잡아먹어, 물고기는 원래 눈을 못감아, 아이스크림은 원래 차가운 거야...

아이가 던지는 '왜'라는 질문에, '원래 그래'라고 대답하는 나는 그를통해 지금 이 대로의 세상의 존재를 별 의문없이, 의심없이, 호기심없이 그저 받아들여서 살고있던 어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왜 하늘은 파란색이어야 하는지, 왜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어야만 하는지, 왜 아가들은 말 못하는지를 물어보는 아이에겐 있는 저 '세계의 현상태에 대한 끝없는 의문과 의혹, 호기심과 질문'이 어느새 내겐 사라져버리고, 난 지금있는 이 세계를 '원래부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오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이 왜 바로 이 모습이어야 하는지, 세상이 왜 이러한 상태이어야 하는지 묻지 않은 채 그저 지금의 세상을 패자처럼 받아들여 살아가고 있던 많은 어른들은 아이의 저 끊임없는 질문이 귀찮기만 한다. 우린 어느샌가 세상에 대해 질문 던지기를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티브이에서 보여지는 이라크 전쟁 장면을 보고 '아빠, 저 아저씨 머리에서 왜 피 나?'라고 묻는 아이에게, 전쟁이란 서로 싸우는 것이라고 설명해준 나에게 '근데 왜 싸워?' 라고 되묻는 아이에게, 난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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