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생일케익 2002.11.26

김남시 2005. 10. 30. 04:49
11월 24일 가은의 세번째 생일이다.

아빠없는 첫돐을 지냈던 아이에게, 독일에서의 어수선한 적응기에 두번째 생일을 스쳐 지났던 녀석에게, 난 이번엔 무언가 녀석의 기억에 남는 생일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벌써 몇주 전부터 녀석에게 물었다.
"가은아, 너 뭐가 제일 받고싶어?"
"음..... 사탕!"
읍, 난 질문이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다른 방식으로 유도해야 한다.
"가은아, 너 생일때 뭐가 제일 하고 싶어?"
"음....촛불 끄는거!"

녀석은, 다른 친구나 어른들의 생일날 케익 위의 촛불을 입으로 불어 끄는 모습을 보고, 그것이 무척이나 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래, 다른 건 몰라도 촛불끄는건 꼭 할 수 있게 해줄께.

마침, 아이의 생일 일주일 전에 마이크와 진짜 줄이 달린 장난감 키타를 싸게 파는 광고가 나왔다. 난 하교 길에 광고를 낸 가게에 들려, 장난감 키타와 드럼세트를 사서 양손에 들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탄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아이의 생일날 아이의 유치원에선 펭귄반 아이들이 함께 아이의 생일축하를 해준다. 그를위해선 우리가 아이들이 함께 먹을 케잌과 작은 동화책을 준비해가야 한다. 익숙한 독일 엄마들이라면 30분 정도면 금새 구워낼 수 있는 케익대신에, 한국식으로 떡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그 떡은, 그러나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 약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방아간'에서 맞춰 들고와야 한다. 난 9시반 녀석의 유치원 등교시간에 맞춰 떡을 갖고오기 위해, 7시40분 집에서 나섰다.

지하철 한 정거장을 되돌아오고, 버스를 갈아타 방아간이 있다는 거리에 내렸다. 방앗간은 그러나 찾기 쉽지않은 곳에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떡을 찾아 다시 들고 돌아온다. 녀석의 유치원 등교시간에 늦지않기 위해 걸음을 서둘렀다. 차가운 겨울아침인데도 등에는 땀이 서렸다.  

다행히도, 그리고 고맙게도, 녀석은 내가 사들고 온 장난감 키타를 좋아했다. 어깨에 매고 피크로 줄을 긁으며 '나비야'나 '숲속 작은집'을 부르며 논다.

그리고, 우린 촛불 세개를 꽂은 작은 케익을 만들어 아이에게 '촛불끄는 거'를 시켰다. 세번 촛불 불어끄기를 반복하곤 함께 내가 만든 케익을 먹었다.  

오늘 유치원에서 녀석은 작은 인형 두개와 독일 아이들 노래가 들어있는 테입을 선물로 받아 들고왔다. 엄마가 안고 있는 동생에게 인형을 보여주며 말을 시킨다.

엄마랑 그림 그리기를 하면, 녀석은 꼭 아빠를 제일 크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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