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자라남으로써 잃는 것 2002.12.14

김남시 2005. 10. 30. 04:50
동생이 생기고 나서 가은에겐 심리적 갈등의 장면이 많아졌다.

녀석은 한편으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기만 한 동생을 보며, 혼자서 쉬/응가 하고, 혼자서 밥먹고, 책도 읽고, 노래도 부르며, 엄마 아빠의 심부름도 할 수 있는 성장한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 예전엔 별 생각없이 하던 위 모든 일들을 하면서 이젠 반드시 "가은이는 많이 커서 이거 할 수 있어, 동생은 못해"라는 대사를 반복한다. 아이는 이전엔 의식하지 못하던 자신의 성장 -동생보다 큰 손, 발, 키 등과 능력 -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대/소변을 가리고, 심부름 하고 등등 - 을 자각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얻음엔 그 댓가가 따르는 법.
자신의 성장에 대한 자각은 이제 엄마나 아빠가 먹여주는 밥을 먹고, 울 때마다 안기고, 귀저기를 갈아주며, 엄마 가슴에 안겨 젖을 빨고, 엄마 옆자리를 차지하는 Baby로서의 특권을 동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상실감과 결합되어 있다. 이 상실감이 성장에 대한 자각으로 인한 자부심으로도 보상되지 않을 때 아이는 "가은이도 베이비 됐어, 가은이도 작아졌더"라고 볼멘 소리를 하며, 엄마 아빠 품에 파고든다. 이럴때는 여지없이 녀석과 동생을 양쪽 손으로 다 안아 줄 수 밖에 없다.

성장은 이처럼 언제나 다른 한편의 상실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아이는 계속 자라날 것이며,어느 순간에선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키워나갈 것이다. 그리곤, 더 자라 지금의 나처럼 그 사이에 아주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음을 뒤늦게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 아가 됐어'라고 말하며 파고들 엄마, 아빠의 위안의 품도 더이상 남아있지 않음을 서럽게 확인할 것이다.

성장은 그렇게 좀 '이상한 거다'.

'Kindergart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문의 끝 2003.3.28  (0) 2005.10.30
누나의 성숙 2003.3.15  (0) 2005.10.30
생일케익 2002.11.26  (0) 2005.10.30
남동생의 출현 2002.11.11  (0) 2005.10.30
아이의 언어, 아이의 세계 2002.10.22  (0) 200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