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감기 걸린아이 : 인간의 개별성과 공감 2001. 4.5.

김남시 2005. 10. 30. 04:34
주룩, 녀석이 콧물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밤에 자면서까지 쿨럭쿨럭 기침을 한다. 지난번 처럼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며 기다리는 와중에 기침할때마다 작은 가슴에서 가래끓는 소리가 들린다.

 녀석이 아프면 우린 그야말로 '화들짝' 놀란다. 마치 우리가 저질렀던 범죄가 '범인은 바로 우리 중에 있다!'는 김전일의 대사와 더불어 짠 하고 밝혀질때처럼.

 안되겠다 싶어 의사에게 간다. 독일 의사는 한국 의사와 별 다를바 없이 아이의 입 속과 귀를 들여다보고, 청진기로 배와 등의 소리를 들어보고, 몸 여기저기 만져보면서 진찰을 한다. 녀석은 낯선 의사의 손길에 놀라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플 때 사람은 자신의 개별성을 확인한다. 난 네가 될 수 없고, 넌 네가 될 수 없음을, 너의 고통을 내가 대신하거나 나의 그것을 너가 가질 수 없듯이...  

그렇게 심하지 않은 감기라고 의사가 말했다. 주사 대신 - 여기선 웬만해선 주사를 잘 안준다. - 시럽과 코에넣는 콧물약을 처방해준다.

집에 돌아온 그 다음날 이번엔 내가 목이 부어오르는 감기에 걸려 버렸다. 오후부터 편도선이 붓기 시작하더니 저녁과 밤에 잠을 깨울 정도로 아프기 시작하였다. 혹 말 못하는 저 녀석도 나처럼 이렇게 아픈게 아닐까 여겨, 이틀 후 또다시 의사에게 데리고 간다.

아픔은 때론 공감을 가능케한다. 녀석이 나처럼 아팠던 것이라면, 녀석은 엄청 고통스러웠을것이라고.. 이번에도 의사는 시럽 하나를 처방해주고 만다.

다행히도 집에 돌아온 녀석은 예전처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잘 먹고, 잘 논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엄마, 아빠의 감기가 빨리 낫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