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아이와 엔트로피 2001.3.30

김남시 2005. 10. 30. 04:33

이제 온집안을 뒤똥 거리며 걸어 돌아다니며 만지고, 던지고, 잡고, 매달릴수 있게 된 아이는 그 어떤 질서도 단시간 내에 무질서로 만들어버리는 엔트로피 그 자체다. 정돈하여 꽂아놓은 책들, 상자에 넣어놓은 장난감, 컵에 담겨져있는 물, 접시에 놓여있는 쏘세지... 이 모든 것들이 함유하고 있을 일정량의 에너지들 - 이는 알다시피 대부분 엄마, 아빠의 육체노동을 통해 투여된 에너지들 인바 - 이 녀석의 손길 앞에서 순식간에, 바닥에 흩뿌려진 밥알처럼, 흩어져 버린다.


녀석이 발산하는 저 '무질서에의 본능적 에너지'로 인해 우리 집이, 나아가 슈퍼마켓과 시립 도서관이, 아니면 학교식당이 급속한 에너지 파괴로 인해 해체 되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녀석의 뒤를 쫒아다니며 녀석이 파괴시킨 에너지를 복구시켜주어야 한다.


 아니, 어쩌면 녀석에게는 모든 것이 강제적으로 응집되고, 정렬되고, 쌓아져있는 세계를, 원래의 흩어져있고, 녹아있고, 해체되어있는 세계로 돌려놓으려는 강한 '원초적 세계로의 회귀본능'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 세계가 그를 향해 - 물론 오랜 시간을 거쳐서 - 가고있는 저 운동량 제로의 상태를 녀석은 단지 그저 앞당기고 있는 것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