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과 문화

서커스와 잃어버린 낙원

김남시 2005. 8. 31. 17:47


지난 가을 아이와 함께 서커스를 보고오다 문득, 서커스 천막 안의 공간은 잃버린 에덴동산에서의 삶을 재현하는 작은 현실의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자, 코끼리, 호랑이 등의 맹수들이 인간의 명령에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불이 붙은 링을 뛰어넘고, 물개, , 원숭이, 들이 인간과 함께 공놀이를 하던 아담과 하와의 세계. 거기서 인간은, 원죄를 짓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자신 육체의 모든 무게를 잊은 공중을 날아다니고, 가볍게 외줄에서 자전거를 타며, 땅으로, 땅으로 우릴 끌어 당기는 중력의 강제에서 벗어난 육체의 가능성을 시연해 보인다. 서커스가 주는 멜랑코리적 향수는 어쩌면, 검은 서커스 천막 바깥의 세계에선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인간이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상기에서부터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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