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베를린

독일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혜택

김남시 2000. 10. 15. 22:15
독일은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혜택이 놀라울 만큼 풍부합니다. (그것이 많은 유학생들이 독일로 향하게 되는 주요한 이유이기도하지요.) 우선, 기본적으로 독일내 모든 대학들엔 등록금이 없습니다. 사설 전문학원 이나 전문 분야의 전문 대학을 제외하고, 말하자면, 모든 대학이 다 공립인 셈이지요.

학생들은 한 학기(6개월)당 약 9만원 정도의 돈을 대학에 납부하는데, 거기엔 '학기티켓'과 학내 외에서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들에 대한 비용이 모두 포함 되어있습니다. '학기티켓'이란, 학생들이 학기 중 이용하는 모든대중 교통수단, 지하철, 지상철, 버스, 기차 등을 승차할수있는 학생들을 위한 특별 티켓으로 이것만 있으면 학생들은 위 교통 수단들을 제한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지하철, 버스, 기차 등의 비싼 요금을 고려하면, 학생들은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지요.

또한 매학기 등록후 받게되는 학생증으로 학생들은 영화관이나 콘서트, 연극 등의 관람료를 할인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전화요금,각종 세금 및 공원 등의 입장료에 이르기까지 감면받거나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웬만한 공연장이나 공원등엔 일반 성인요금과 구별되는 학생요금이 별도로 책정되어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학생증을 제시하면 경우에 따라선 50% 이상의 할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웬만한 대학생이라면 무조건 성인 요금을 내야하는 한국과 비교해 보면 독일에서 학생신분을 가진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아도 독일의 학생들에 대한 혜택은 남 다릅니다. (이웃 프랑스에서는 30세가넘으면 이전에 받을 수 있었던 모든 할인 및 감면 혜택으로부터 제외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독일은 왜 이렇게 많은 혜택을 학생들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요? 제가 느낀 바는 이렇습니다. 독일 국민들 사이엔 국가나 자치 정부가 국민들에 대한 교육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의식이 강합니다.(최근 대학 등록금을 받으려는 신자유주의적요구가 강하게 비판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에대해선 다음 기회에 다루겠습니다.) 이때 국민들에 대한 교육엔 대학에서의 고등교육 및 직업교육,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평생 교육 등이 모두 포함 됩니다. 실제로, 독일내 웬만한 도시엔 일반 노동자들 및 일반 시민들을 위한 많은 교양 교육기관들이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강좌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거기엔 모든 독일 시민들 뿐 아니라,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실지로 이곳의 Volkhochschule 에선 외국인들을 위한 독일어 강좌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독일인들은 많은 사회적 책임을 나누어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세금으로, 독일인들은 자신의 수입의 거의 50% 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있으며, 그들이 구입하는 많은 물건들에도 많은 세금이 붙어 있습니다. (환경 세금과 관련된 최근의 논란은 다음에 다루겠습니다.) 다시말해, 독일에서 돈을 벌고사는 사람은 그만큼 사회를 위해 - 그건 또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한데 - 자신의 수입의 일부를 환원해야한다는 것이지요.

학생들에게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면제시켜줌으로써, 독일은 학생들이 졸업후 사회에 투입하게 될 노동의 가치를 향상시킬 기회를 제공합니다. 즉, 학생 시절엔 다른 모든 사회적 부담에 신경쓰지 말고 각자의 노동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전념하라는 것이 독일이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사회적 요구라는 겁니다.

독일의 모든 학생들이 이러한 사회적 요구 사항을 열심히 따르는가, 모든 독일인들이 학생들에 대해 이처럼 관대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등의 많은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학생들에 대한 독일의 입장엔, 단기적 손해에 집착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사고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담겨있습니다.

독일이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라서만 그런 것일까요? 전체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장기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안목으로 교육문제에 접근하려는 태도. 아마도 한국엔 이것이 부족한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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