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베를린

9월 11일 뉴욕 사진전

김남시 2002. 7. 15. 12:14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쌍둥이빌딩 테러사건과 관련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 전시회의 목표는, 카타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미국 사회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과 충격을 가져다 주었던 쌍둥이 빌딩 테러사건과의 다면적인 대결이다. 그를위해 기회자들 - 뉴욕 사진예술 학교장, 큐레이터, 잡지사 사진기자 들 - 은 그 사건과 관련된 사진들을 전문가, 비전문가에 상관없이 수집했으며, 그를통해 그 사건을 곁에서 체험하고 촬영했던 많은 사람들의 사진들 약 7000 여장이 모아지게 되었다.

그 사진들은 불타고있는 쌍둥이 빌딩과 무너지는 순간의 모습, 먼지를 뒤집어쓴 사람들과 피흘리며 구조되는 사람들, 투입되는 소방대원들과 지친 모습으로 쓰러져 잠든 대원들,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거리 풍경과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실종된 가족들을 찾기위해 붙인 쪽지들 등 그 사건을 전후해 일어났던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모여진 사진들이, 일반 사진 전시회와는 달리, 액자나 판넬에 끼워져 벽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낱장 그대로 천정에 길게 매어진 줄에 핀으로 어지럽게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전시장 천장에 어지럽게 매달려 있는 사진 무더기들은 그리하여 마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던 순간 쏟아져 내렸던 거대한 종이와 서류 더미를 연상시킨다.

매달려 있는 사진들을 고개를 쳐들고 쳐다보며 방향없이 이동하다 보면, 관람객들은 마치 자신이 그 사건의 한 가운데에서 붙타고 있는 쌍둥이 빌딩과 먼지를 뒤집어쓴 사람들, 부서진 차량들 한 가운데에서 황망해하며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정한 관람방향 없이 매달려 있는 사진들로 인해 관람객들은 서로 몸을 부딛히거나, 그러지 않으려면 서로 조심스럽게 피해다니기를 강요받으며, 벽이 아니라 천장에 매달려 있는 사진들을 보기위해선, 마치 저 불타는 빌딩을 올려다 보듯, 높이 고개를 빼고 바라보아야 한다.

이 불편한 관람상황 속에서 현실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그러나 현실에서 발생한 한 사건들의 정황을 보여주고 있는 저 사진들은, 재난, 전쟁 영화등을 통해 우리에게 오히려 낯익은 장면들을 상기시키며, 우리로 하여금 저 현실을 낯익은 영화 속의 이미지로 대체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친숙한 현실을 '낯설게' 보여줌으로써 현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적 접근을 매개하려는 사진예술의 시도는, 여기에선 저 현실에 대한 가공없는, 단순한 포착을 통해 역으로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저 현실적 장면 자체의 비현실성은, 그것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친숙하게' 보여짐으로써, 그리고 그것이 영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 일어난 장면이라는 자각과 더불어 새로운 층위의 현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위 사진들은 http://www.hereisnewyork.org 에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