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100점!

김남시 2010. 9. 7. 00:58

 

한국 학교에 입학해 이제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가은이가, 학교에서 본 쪽지 시험에서 100 점을 맞아왔다.

100 점!  독일 학교에서의 성적은 숫자의 경제원리를 쫓는다. 거기서 가장 좋은 점수는 '1'점이고, 그보다 더

많은 숫자  - 2점, 3점, 4점 .. - 는 그에 비례해 더 나쁜 점수다. 이런 점수에 익숙해있던 가은이에게

'100 점' 이라는 저 어마어마한 숫자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어렸을때부터 거기에 익숙해 있던

내게는 무언가 가슴을 가득 채우고, 뿌듯한 느낌을 주던 저 숫자가 가은이에게도 그랬을까? 

 

어디 성적 뿐이랴. 독일에서는 평소에는 제대로 구경할 수 없었던 1000, 아니 10, 000  등의 숫자로 이루어진

한국의 돈 단위도 작은 수에 익숙해있던 아이에게는 엄청난 '숫자의 인플레이션'으로 다가올 것이다.

 

길어봐야 두자리를 넘지않는 번호 - 베를린 우리 동네를 지나는 버스는 45번 이었다 - 대신 4자리 까지

차지하는 노선 버스 번호들, 기껏해야 10 이라는 숫자 내에서 다 차지하고도 남을 건물 번호대신

기본적으로 101 동에서 시작하는 아파트 번호들도 역시 한국에서의 그런 '숫자의 인플레이션'을 여실히

실감케 한다.   

 

아이는 그런 커다란 숫자들을  그만큼의 풍요로움과 풍족함으로 느낄까? 아니면, 그렇게 부풀어진 숫자가

갖는 정작 별것아닌 실제적 가치 앞에서 오히려 더 빈곤함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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