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마중 전 날

김남시 2009. 7. 20. 19:57

내일 새벽, 아이들이 3주의 일정으로 한국에 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 아빠도 없이 어떤 독일 아줌마에게 맡겨져
10 여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아빠를 보러 오는 거지요. 전 지금쯤 비행기를 타고 유럽 아니면 러시아 사막 쯤을 날고있을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제가 독일을 떠나 오면서 보지 못한지 한 달이 조금 넘는 동안, 저는 아이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부재하는 아이들을 보고 싶어하기 시작하면, 내게 주어진 일들은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도, 어제와 오늘, 무언가 처리해야 할 일을 미루어둔 채 저는 아이들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러 갈 곳,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국음식,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생각하며 하루종일 시간을 보냅니다.
지난 번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한국에 올 때, 그리고 돌아갈 때 가은이는 심하게 멀미를 했습니다. 착륙시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릴 때 가은이는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옆좌석 시트를 완전히 갈아야 할 정도로 구토를 했지요.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지금은
고통스러운 멀미없이 비행기를 잘 타고올지 몹시 걱정이 됩니다. 같이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갈아타고, 인천 공항까지 올

독일 아주머니가 그런 아이를 잘 돌보아 줄지도 염려스럽습니다.


누군가가 부재할 때에야 그를 그리워하게 되는 건, 구할 수 없는 것을 먹고 싶어하는 심리와도 비슷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건 어쩌면 부재하기는 커녕, 구할 수 없기는 커녕, 지겹게 지천에 널려 있어도 그를 아끼고, 돌볼 줄 아는

쉽지 않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건 분명한 듯 하지만, 내가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지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겠지요.


새벽 5시 30분 인천 공항에 도착하는 두 아이들을 마중나가기 위해 오늘은 조금 일찍 잠을 자 두어야 합니다. 어쩌면 나는 아이들이 탄

비행기까지 날아 올라가 그 아이들이 까무룩 잠들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꿈을 꿀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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