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못쓴다. 천안함이 바닷 속에 가라앉은 이후로, 그 뱃속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잠겨 빠져 나오지도 못한 채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 말고 다른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걸 하지 못하게 한다.
물론 나는 이것이 우리 삶을 이루고 있는 저 수많은 계기들, 시간들에 대한 전체화하는 강제일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물에 잠겨 죽어갔을 사람들에 대한 기사 바로 곁에 발기부전을 치료해 준다는 의약품 선전 배너가 번쩍거리고, 지진으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기사는 한 여배우의‘과감한 노출사진’기사와 한 화면에 실려있듯 우리의 삶은 하나의‘사건’때문에 멈추어지거나 그를 위해 다른 것을 침묵시키거나, 모두 그를 향해 정렬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무언가 그들의 고통, 가족들의 눈물, 그를 돌보지 못하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 앞에서 세상의 다른 것들, 우리 삶의 다른 것들은 침묵해야만 할 것 같다.
이 서슬퍼런 감정의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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