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이루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그것을 다만 날 괴롭히는, 날 못살게 구는, 도무지 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 세상과 삶의 악의적 허위라고 여기는 한 그 삶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힘들다. 그 행복이란, 날 득달한다고, 날 못살게 군다고 여기는 저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얻기힘든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만, 늘 위태롭게 방해받고, 훼손될 줄타기 위에서, 숨죽이며 훔쳐먹는 케익처럼 불안한 행복일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삶의 요구들을 내게 다가오는 도전으로, 날 강하게, 능력있게, 혹은 호위적으로 성장시켜 줄 도전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삶의 시간은 행복의 예감으로 차오른다. 아도르노가 어디선가 했던말 처럼, 행복해 보지 못한 사람은, 행복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행복해지기 힘들다. 행복을 지금 이 순간 내게 들이닥치는 삶으로부터 조심스럽게 지켜내어야 할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걸 맛보기 위해서는 우선 이 모든 ‚적들’을 물리치고, 편안하고 안정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그래서 그 행복을 맛보기 위해서는 도무지 행복하지 않은 불안, 압력, 공격과의 힘겨운, 불행한 투쟁이 선행되어야 한다면, 우린 결코 그 행복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아니, 행복이라 불리던 단지에 손가락을 넣어 그 꿀물을 맛보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행복을 위해 치루어야 했던 그동안의 불행한 투쟁의 시간이 남겨놓은 메마르고 건조해진 내 혓바닥에서 자신의 달콤함을 발산시키지 못할 것이다.
행복은 내가 떠올리고 내게 떠올려지는 행복에의 기억이 아닐까? 과거 언젠가 행복하지 못했다면 지금 행복할 수 없고, 지금 행복하지 못하면 미래의 내가 기억할 행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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