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노베르트 볼츠, 불평등에 대한 논의

김남시 2010. 1. 9. 20:23

 

한국에는 발터 벤야민 연구가로 알려져 있는 노베르트 볼츠. 그는 몇년전부터 독일의 사회적 보수화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일련의 책들을 출간해왔다.

 

2002년  <소비주의 선언 Das konsumistische Manifest>  을 통해 자본주의적 소비문화가 종교적 급진주의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 면역 체계라고 강조한 이후, 2006년 <가족의 영웅들 Die Helden der Familie >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갖는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전통적인 가족체계 - 일하는 아버지, 가족을 돌보는 어머니 - 로 돌아갈 것을 주창하기도

하였다.

 

놀랄만한 집필력을 발휘하는 그는 작년에만 두 권의 책을 출간하였는데 책 서평을 읽어보니 이 두 책 모두

현재 독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치, 사회, 문화적 보수화로의 움직임을 어떤 다른 책들보다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

 

<불평등에 대한 담론 - 루소에 반대하여. Diskurs über die Ungleichheit - Ein Anti-Rousseau> 에서는 제목이 예시하듯, '강탈'에 근거한 사적소유가 자연 상태의 평등상태를 파괴하고 불평등을 야기시켰다는 사회 불평등에 대한 루소적 비판과 대결하고 있다. 볼츠는 루소의 비판이 근거하고 있는, 나아가 아직까지도 위태롭게 살아나아있는 '사회 국가 Sozialstaat' 이념이 전제하는 평등주의 egalitarismus 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모든 이들의 '평등' 요구가 '르쌍띠망'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니체의 '폭언'이 여기서도 이를 위한 기본적인 철학적 입지점이다. 여기에다 평등에 대한 요구가 자유를 위협한다는 토크빌의 논리가 힘을 가세한다.  

 

물론 볼츠는 평등에의 요구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지금까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에게 많은 세금을 거두어 그렇지 못한 사회적 약자에게도 혜택을 주던 분배적 평등 대신 '사회체제에 대한 참여의 평등'에로 그를 제한시키려 한다.  

 

고소득자에게 많은 세금을 거두어 실업자, 빈곤층 등의 교육, 의료, 사회적 혜택을 위해 지출하는 독일과 같은 사회국가 체제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이런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게만 느껴진다. 이들은 이제서야 한국 사회가 출발점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부재하는 사회국가'로,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이행중인 것이다.

 

물론 '부재하는 사회국가'에서 살고있는 우리에게도 '사회체제에 대한 참여의 평등'이라는 요구는 명목상으로라도 존재한다. 그 '참여 평등'의 실질적 핵심을 이루는 '교육 균등이 사교육과 학군 이라는 괴물 앞에서 피 흘리고 있는 상황을 절실히 경험하는 우리로서는 이들에게, 어쩌면 삶의 선배로서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야, 그게 그렇게 되지 않는단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