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2009년 12월 15일) 하이티 혁명과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김남시 2009. 12. 15. 12:02
 

수잔 모르스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헤겔, 하이티 그리고 보편사 Hegel, Haiti and Universal History” (University of Pittsburgh Press 2009) 이다. 책에는 그녀가 2000 여름 Critical Inquiry 발표했던 유명한 논문 헤겔과 하이티 재수록되어 있다.  논문에서 그녀는 철학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해석되며 이야기되어 왔던 대목 하나인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역사적 기원을 파헤친다. 그건 다름아닌 하이티 혁명이다.

 

  1791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인트 도미니크 오늘날의 하이티 에서 식민지 권력에 반대하는 흑인들의 반란이 일어난다. 프랑스의 식민 주권 하에서 사탕수수, 담배 등의 생산에 종사하던 하이티  원주민들이 흑인들의 평등권을 주장하며 시작된 혁명은 수만명의 희생 끝에 결국 하이티에서의 노예제 폐지와 식민지 아프리카 최초로 독립적인 자치 국가수립으로 이어지게 된다. 혁명의 결과 1801 재정된 하이티의 헌법은 이전까지의 노예들을 해방시켰을 아니라 하이티에 살고 있는 모든 거주자들에게 인종에 상관없이 동등한 자유를 부여하였다. 점에서 하이티 혁명은 1789 프랑스 혁명이 내세운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혁명 본국의 식민지에서, 그들의 노예들에 의해, 혁명 프랑스를 상대로 해서 실현된 역사적 사건이었다.   

  

  Image:Saint domingue battle.jpg

 

 수잔 모르스에 의하면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은 바로 역사적 경험에서 길어 올려진 것이다. 아침마다 거르지않고 신문을 읽었던 헤겔은 또한 당시 하이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상세히 전하던 잡지 <Minerva> !! 정기 구독자였다. 말하자면 그렇지 않아도 사회, 정치에 두루 관심이 깊었던 헤겔이 사건을 몰랐을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은, 하이티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암시하는 듯한 많은 언어들로 채워져있다. 처음에는 노예의 의지를 지배해 자신을 위해 노동하게 만드는 주체로 등장했던 주인이 결국 노예의 인정에 의존되어 있는, 그래서 자립적이지 못한 존재임이 밝혀지는 변증법적 과정은 또한, “죽음에 대한, 절대적인 주인에 대한 두려움 사로잡혀 있던 노예가 그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자기의식 도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이티에서 패배한 프랑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일까? <엔찌클로페디>에서 헤겔은 다음과 같이 쓰고있다. “노예에 대립해 있는 주인은 아직 진정하게 자유롭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타자 속에서 아직 완전히 자기 자신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예가 자유롭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주인도 완전히 자유롭게 된다.”(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 § 436 )

 

       책에 대한 독일 학자의 서평에 따르면,  헤겔의 저작, 특히 정신 현상학  프랑스 혁명의 커다란 영향력을 받았다는 것은 요아힘 리터의 논문 헤겔과 프랑스 혁명이후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지만, 중에서도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식민 권력에 맞선 하이티 해방 혁명의 정신적 소산물로 해석하려는 주장은 지금까지 어떤 연구자들도 제기 없었다. 만일 수잔 모르스의 이러한 해석이 옳다면 이는 지금까지 백인 유럽인의 시각에서 이루어져 인류의 보편역사라는 이념을 재검토하게 하는 잠재성을 갖는다.(이는 그녀가 논문 말미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이다.)

 

 주지하듯 역사철학에서 헤겔은 아프리카를 역사적 세계 속하는 곳으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아시아가 역사의 유년기 특징지워졌다면 아프리카는 그보다 후퇴하여 어떤 움직임도 어떤 발전도 없는”, 따라서 거기에서는 인간 역사에 대해 이야기할 없는 동물적 상태 지배하는 곳이다. 수잔 모르스의 주장대로, 시기적으로  <정신현상학> 쓰여지기 이전에 구상된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하이티 혁명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헤겔은 최소한 이때만큼은 역사에 대한 유럽/백인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에서도 보편적 자유라는 역사의 의미가 실현되었다고 보는 역사에 대한 글로벌한 관점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역사에서 배제시키고 어두운 자연상태에 배치시켰던 아프리카 식민지 노예들의 역사적 실천이 - 어쩌면 헤겔의 무의식을 통해! - 인류 보편사의 중요한 계기로 포섭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