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문자, 미디어

신문, 역사, 인터넷

김남시 2009. 2. 5. 20:09

한국에선 철거민들이 불타죽고 시민들이 항의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안 몇달째 지불되지 않는 원고료를 독촉하며 출판사에 짜증을 부리고 있다. 나는 개인적 삶과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 사이의 이러한 간극을, 예를들어 80년대 대학 초년생처럼 사회, 정치적 사건들의 역사적 의미 개인적 삶의 속물성을 대비시키며 자괴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자신의 개인적 삶과 삶의 가시적 영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회, 정치적 사건들 사이의 이러한 간극과 거리를 서로 비교하고 인식할 있게 해주는, 그를통해 자신의 개인적 삶을 사회, 정치적 사건들이라는 관점에서, 시대성과 역사성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볼 있게 해주는 매체에 대해서이다. 자신의 일상적 삶과 같은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 정치적 사건들을 알게 함으로써  자신의 개인적 삶을 사소하고 속물적인 것으로, 혹은 어떤 시대적이고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의식하게 해주는 매체에 대해서.   


            1892Max Nordau 신문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미천한 시골의 농부 „1세기 유망한 국가 재상보다 넓은 지리적 지평과 많고 복잡한 지적 관심 갖게 했는지(Entartung. In E. Santner, My own private Germany, S.7) 놀라와한다. 1919 독일의 정치가이자 문필가였던 Walther Rathenau 어떻게 신문이 시민들에게 그의 조상들이 평생 동안 얻을 있던 것보다 많은 휘귀한 사건들 하루 아침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접하게 하는지(Zur Kritik der Zeit, 1919, S.89) 이야기한다. 신문은 우리의 개인적 삶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할 없는 다른 도시,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 정치적 사건들을 우리가 알게 해준다. 신문을 통해 시골 농부는 그의 일상과는 직접 관련없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격변, 사회적 상황, 새로운 사회적 제도와 관습에 대해 1세기 국가의 재상보다 많은 지식을 얻게되고, 아침 신문을 읽는 시민은 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이에 그의 조상들이 평생동안 얻었던 것보다 많은 사건들의 정보를 얻는다.  신문이 없었다면 농부는 자신이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던 바로 시간에 도시에서 왕의 목이 잘려져 나갔다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정보 매체가 없었다면 튀빙엔이라는 조그만 시골 도시 철학과 학생이던 헤겔과 휄더린이 이웃 나라에서 일어난 혁명에 대해 알게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로인해 그들이 좁은 강의실에서 칸트를 읽고 피히테를 토론하는 시간이 새로운 시대정신 동터오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 삶을, 삶의 공간과는 지리적,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정치, 사회적 사건과 관련시켜 바라보게 것은 그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정보매체 덕분이다. 그런 정보매체가 없었다면 서울의 대학생이 광주에서 일어난 정치적 학살과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항쟁을, 강의실과 도서관 혹은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자신의 일상적 삶과 비교하면서 지식인적인 자괴감을 겪는 일은 생기지 못했을 것이고, 한국에 살던 지식인이 페레스트로이카와 독일 장벽의 붕괴를 이데올로기 시대로의 진입이라고 평가하지도 못했을 것이며,  다른 나라엔 가본 적도 없던 헤겔이 인류의 역사 전체를 세계 정신의 자기운동의 결과라고 이야기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신문과 같은 정보매체는 그것이 없었더라면 서로 연결되지 못했을 개인들의 일상적 삶과 역사적, 시대적인 사건들을 서로 관련시켜 줌으로써 우리의 삶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하나의 시대, 하나의 역사 바라보게 주었다. 물리적으로는 공간에 묶여, 자신의 소소한 일상사 속에 갇혀있는 누군가가 오늘날의 시대정신 대해, 세계의 정치, 경제 동향 대해 이야기할 있는 것도 덕분이다.

           

            인터넷을 통해 신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치, 사회적 사건들을 접하는 우리에겐 그런 시대적’, ‚역사적사건들과 자신의 구체적인 일상적 사이의 간극이나 갭은 이전보다 훨씬 치명적이고도 깊게 다가온다. 그를통해 매체를 통해 내게 운반되어온’ (Günther Anders) 다채롭고도 숨가쁜 세계 운동들은, 현재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일상적 삶을, 그와 비교해 더욱 초라하고, 소소하고, 무의미하고,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게 한다. 자신의 삶을 소위 어떤 역사성혹은  시대정신 속에서 파악하고, 형성하고, 거기에 참여시키려는 우리의 시도는, 실시간 매체를 통해 운반되는 세계소식들의 엄청난 속도와 앞에서 좌절한다. 우리의 일상적 삶은 이제 매초, 매분마다 갱신되어 수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세계 파편들 앞에서 어떤 시대적, 역사적 의미를 얻을 기회를 갖지 못한다.  신문이 역사의식 낳게 했다면, 이렇게 해서 인터넷은역사  종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