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 있는 세계

망설임에 대하여. 요셉 포글

김남시 2009. 1. 12. 03:15




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모세 상에서 부터 시작한다. 신의 계율을 받아온 모세는 형제와 자식들이 황금 송아지를 경배하는 걸 바라보고 있다. 프로이드가 분석했듯, 금방이라도 그의 손에서 떨어질 듯 한 계율이 담긴 석판과 거칠게 수염을 감싸쥔 다른 손은 긴장감으로 가득차있다. 이 순간의 모세에겐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는 망설이고 zaudern 있다. 망설임은 햄릿과 같은 인물을 비극적 운명에 빠뜨리는, 결단과 의지의 결핍이라고, 행동을 향한 용기와 에너지의 부족이라고 이야기되어왔다. 역사를 이루어왔던 건 망설임을 극복한 결정과 결단에 있다고, 그래서 러시아 혁명의 성공은 다른 모든 이들이 망설이고 있을 때 내린 레닌의 결단력 덕분이었다고, 남들이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야말로 진정한 주권적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결정과 결단이 점점 더 소리높여 칭송되고 있는 오늘날 지금까지 부정적으로만 평가되어온 망설임을 재 평가하려고 한다. 여기서 망설임은 이전까지 진행되어오던 사건의 흐름을 중단시키고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는 "사건"의 생성을 향한 잠재력으로, 그 속에서 "행동과 장애, 행위와 근거, 법과 실행 사이의 비판적이고 위기적 관계가 응축되는"(25), "결정과 비 결정 사이에서의 능동적 머무름"(110)의 순간으로 파악된다. 그를통해 그 망설임이, 바틀비 Bartleby의 유명한 공식 "I would prefer not to..." 에서 처럼 어떻게 오히려 지배적 권력관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거기에 균열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Joseph Vogl :  Über das Zaud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