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는 내 어릴 때를 꼭 닮았어."
부모들에게 자신의 자식들과의 혈연적 유대감을, 그리하여 감정적 집착을 느끼게 해 주는
이 발견이, 사실상 얼마나 사진이라고 하는 시각 매체에 의존되어 있는지를 깨닫는다.
우린 자신의 어릴 때의 사진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고,
사진을 통해 매개된 그 기억을 이제 자신의 자식의 모습 속에서 재확인한다.
사진이 없었더라면, 그리하여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게 할 만한
어떤 매체도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자식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지각은, 나아가 그로부터 생겨나는 자식에 대한
감정적, 혈연적 연대감은 지금의 그것과는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비트겐스타인의 "가족 유사성" 개념은
사진이라는 매체의 출현을 그 발생조건으로 갖는다. 도대체 사진이 없었다면, 우리는
가족 성원들 사이의, 개개인들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는
'가족 유사성'을 확인할 길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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