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게임의 규칙 2002.8.12

김남시 2005. 10. 30. 04:46
갑자기 녀석이 아빠에게 손가락을 향하곤 '빵'한다. 무슨 행동을 요구하는 건지 몰라, 내가 먼저 녀석에게 '빵'하고 총 쏘는 흉내를 냈다. 그러자, 녀석은 목을 뒤로젖히고 눈을 감더니 앞으로 쓰러져 엎드린다.

아하.

녀석은 어디서 배웠는지 총쏘는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게임의 규칙은 주지하듯이, 누군가 상대방에게 총쏘는 흉내를 내면, 총을 맞은 상대방은 마치 진짜 총을 맞은 것처럼 쓰러지는 흉내를 내야 하는 것이다. 녀석은 '빵'소리와 함께 나를 하나의 게임에 끌여들였는 데,그것은 내가 그 규칙에 따라 행동함으로써만 이루어지는 하나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다름 아니었다. 한 명 이상이 함께하는 게임과 놀이엔 언제나 규칙이 있기 나름이며, 그 규칙을 서로 준수함으로써만 그 게임과 놀이는 이루어진다. 게임 혹은 놀이가 주는 재미는 참여자들이 그 규칙을 준수한다는 암묵적 약속하에서만 생겨난다. 금을 밟으면 '죽고', 술래에게 들키면 술래보다 빨리 달려가 '야도' 해야 하는 규칙 하에서만 금을 밟지않으려는, 들키지 않으려는 놀이의 긴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특정한 규칙하에서 이루어지는 게임과 놀이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아이는 서로간의 암묵적 규칙준수를 통해 이루어지는 기초적인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고 배워나갈 것이다.

그러나, 한편 놀이가 끝나면, 금을 밟거나 술래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쓸 필요가 없어진다. 한 게임이 끝나면 그 규칙은 다른 게임 혹은 현실의 규칙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다른 놀이에선 다른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규칙은 그 게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임의적인 것이라는 인식은 곧 게임의 규칙에 대한 반성적 태도와 연결된다. 아이는 그를통해 임의적 '규칙'을 맹목적 신조나 강박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울 것이며, 각기 다른 게임과 관계 속에서 서로 다른 규칙을 적용하는 살아감의 기술을 익힐 것이다.

'Kindergart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의 언어, 아이의 세계 2002.10.22  (0) 2005.10.30
아이의 노동력 2002.8.20  (0) 2005.10.30
아이와 언어철학 2002.7.1.  (0) 2005.10.30
Resumee 2002.6.17  (0) 2005.10.30
아이의 미래와 부모의 책임 2002.5.18  (0) 2005.10.30